‘진짜’ 공유 플랫폼에 한발짝 더 내디딘 쏘카핸들러

자동차 공유 플랫폼인 쏘카의 회사 소개란에 나오는 말이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 이동에 대한 선택이 보다 합리적이고, 스마트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 꿉니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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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쏘카 홈페이지

합리적:
이용자 입장에서 합리적이려면 가성비가 좋아야하는데 아주 그렇다고 보진 않는다. 급한 때 자차의 대체제로서는 합리적인 가격일 수 있다. 또 차 유지비용(세금, 보험료, 세차 등)을 고려하면 괜찮다. 하지만 단순 이동을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택시나 카풀 서비스가 더 싸다. 또한 이용 전후 사진을 찍어올리고, 정해진 위치에 반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스마트함:
스마트폰으로 차문을 여닫고, 따로 직원이 올 필요 없이 이용자 스스로 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라는 단어는 어울린다.

자유로운: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원하는 만큼 이동할 수 있고, 차를 몰았다 댔다 다시 몰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차를 소유하지 않을 수도 있는.

쏘카가 아주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는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도 공감하기에 쏘카가 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차량 공유 시장도 많이 컸다. 2011년 6억에서 2016년 1000억으로 성장, 2020년은 5000억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진정한 공유 시스템에 한발짝, 쏘카 핸들러

그런데 최근, 쏘카가 차량 공유 플랫폼으로 한발짝 더 나아갔다는 생각을 갖게 한 서비스가 있다. 이름은 ‘쏘카 핸들러’다. 쏘카와 별도로 앱을 설치해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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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쏘카 홈페이지

쏘카 핸들러는 쏘카에서 원하는 시간, 장소로 차를 부르는 ‘부름’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기획된 걸로 보인다. 누군가는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로 차를 갖다 줘야 하고(배차), 반납된 차를 쏘카존으로 다시 이동시켜줘야 한다(반차). 차가 더러우면 세차를 해야할 거고, 기름이 별로 없으면 주유를 해야한다. 그런데 이건 이용자한테 시키기 어려우니 또 인건비를 써서 해결해야 된다.

쏘카는 이러한 일들을 그동안 대행사를 껴서 처리해왔지만 이를 일반 이용자에게까지 풀었다. 핸들러 앱을 설치해 이용자가 ‘핸들러’가 되면 배차와 반차, 주유와 세차 등의 일을 하고 리워드를 받는다. 핸들러는 딱히 정해진 시간 없이, 본인이 원하는 때 원하는 경로의 미션이 생길 경우 이를 선택할 수 있다.

핸들러 이용 방법

1 핸들러 앱을 깐다.
2 가입한다: 본인 인증, 계좌번호 입력, 사진/면허 등록을 해야 한다. 사진 등록을 할 때 면허증을 들고 셀카를 찍어야 하는데, 얼굴과 면허증이 둘 다 나와야 한다. 둘 다 초점을 맞춰서 찍는 게 중요. 안 그럼 신청이 반려된다.
3 교육 영상 보기

여기까지가 실제 핸들러를 할 수 있는 준비 단계다. 그 다음 단계로는,

4 핸들 잡기: 내가 원하는 때와 장소에 맞는 핸들을 잡는다. ‘리스트’ 버튼을 눌러 장소와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예약 알림을 누르면 운행 시간 10분 전에 핸들잡기를 할 수 있도록 푸시 버튼이 온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핸들 리스트를 보고 몇시간, 또는 며칠 전에 핸들 잡기 예약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핸들 잡기 버튼은 운행 시간 10분 전에 활성화 되며, 수강 신청을 하듯 먼저 핸들 잡기 버튼을 눌러야 할당을 받을 수 있다. 나름 치열한 경쟁이…

5 운행하기: 경쟁(?)에서 승리해 핸들을 잡았다면 해당 출발지로 가 차량을 확인하고 운행을 시작한다. 핸들 잡기가 완료되면 출발지와 도착지에 관해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생각보다 꼼꼼하게 설명돼 있어 그것만 보고도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차종에 대한 정보도 자세하게 나온다. 메뉴얼 작업이 꽤 오래 걸렸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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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기 전 쏘카를 탈 때처럼 긁힌 자국, 고장난 것들이 없는지 사진을 찍는다. 도착지에 도착해서도 전후 1장씩, 좌우 2장씩 총 6장의 차사진을 찍어야 하고, 계기판, 컵홀더, 운전석 아래 사진도 찍어야 한다. 사진찍고 올리고 하는데 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참고해서 시간을 계산해야 좋다.

6 정산받기: 운행 완료되면 월~일요일 운행해 받은 리워드가 화요일 저녁쯤 입금된다.

핸들러의 미래성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여러 차종을 타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경차부터 SUV, 세단 등 종류가 다양하니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일상’의 느낌이라기보다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 출퇴근 경로와 딱 맞는 미션이 주어지는 경우도 드물고 그조차도 클릭을 빨리 하지 않으면 못한다. 쏘카의 부름 서비스, 또는 편도 운행을 이용하는 한도 내에서 하는 것이니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

쏘카를 이용하게끔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 현재 카셰어링 시장에서는 쏘카가 독보적이다. 그린카가 그에 준하며, 그외 피플카, 유카 등이 있지만 아직 미미하다. 쏘카는 핸들러 비율을 더 높이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쏘카 쪽으로 차량 공유 이용자들이 더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일종의 선순환 효과.

핸들러가 점점 활성화되어가면 차량 공유 시장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핸들러의 출퇴근 시간과 일치하는 미션이 많아지면 이또한 하나의 이동 수단이 될 것이다.

이건 마케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자연 증가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와 상관없이, 한발짝 나아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4년 전 핀테크 기사를 보며…

핀테크. 지금은 뭔가 트렌드 지난 단어 같지만 15년에는 아니었다. 15년 1월, 모 언론사 기자 채용 중 실무전형 때 썼던 기사를 가져왔다. 당시 실무전형의 키워드(취재 주제)는 ‘2015년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이었다. 주제를 받아들었을 때의 분위기가 떠오른다. 약간의 긴장감, 경쟁의식 그리고 귀찮음…

다수의 시험자들은 주로 ‘사회’ 카테고리의 키워드를 골랐는데 난 살짝 비틀고 싶었다. 아니 비튼다기보다는 발상을 좀 전환하고 싶었다. 기자라고 해서 다 사회 문제를 꼬집어야 하나? 좀더 색다른 주제는 없을까?

당시 핀테크가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을 때였다. 그래, 요걸로 한번 기획을 해보자.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명동을 돌아다녔고, 아래 기사를 완성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국내 핀테크의 선두주자 토스는 전직원에게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과 입금 50% 인상을 약속했다. 15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지 않은 건 동일한 것 같다. 토스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 서비스를 론칭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건 금융 관련 법을 바꾸는 것이었다고. 기술은 나와있지만 시대 사고를 반영하는 법이 안 바뀌니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죽어라 뚫을 것이다. 그게 누굴까?

기사 초반에 나오는 편의점 알바 영상은 기사에 맞는 장면을 찍기 위해 두어 군데 편의점에 가서 시도한 것이었다. 다행히 알바가 앱카드 하는 방법을 몰라 내가 원하는 그림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몇년 뒤 유튜브에 들어가보니, “뭘 이런 걸 찍어서 올리냐”고 욕하는 댓글 투성이다.ㅠㅠ 당시 알바생에게 심심한 사과를…


2015 한국의 핀테크 현주소··· 편의점에서 캔음료 하나 사기도 어려워

“네? 스마트폰으로요? ··· 잠시만요.”

편의점에서 커피 음료를 사려고 스마트폰을 내밀자 점원은 당황스러워했다. 바코드 기계로 핸드폰을 한참 찍어보고 포스기(계산대) 버튼을 여러 번 눌러보지만 좀처럼 계산이 되지 않았다(아래 영상). 약 1분 여를 그렇게 씨름한 후 자기보다 높은 매니저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매니저는 스마트폰을 건네받고나서 몇번 포스기를 누르더니 결제를 진행했다.

편의점에서 스마트폰을 내민 것은 그 안에 설치된 ‘앱카드’ 어플로 물건을 계산하기 위해서다. 앱카드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어플을 설치해 결제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결제 프로그램이다. 2013년 9월 KB국민은행에서 내놓은 앱카드 어플은 구글플레이(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 횟수를 자랑한다. 이외에도 신한앱카드와 현대앱카드가 100만 건 이상, 롯데앱카드가 5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모바일 앱카드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핀테크(FinTech)의 한 분야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기술을 사용해 결제나 송금 등을 편리하게 하도록 돕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다.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이 핀테크 영역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핀테크 시장은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유동인구가 150만명에 달하는 서울 명동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상점을 찾아봤다. 그러나 대부분의 카페와 의류점, 화장품 가게에서 모바일로는 물건을 살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코드로 스마트폰 화면을 찍었지만 카드의 유효년월을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 자체가 없는 곳도 있었다. 모바일 결제가 되는지 여부를 모르는 가게도 수두룩했다. 그나마 결제가 가능한 몇 곳도 점원이 결제 방법을 몰라 허둥대기 일쑤였다.

서울 명동에서 모바일 결제가 불가능한 상점을 지도상에 별표로 표시했다.

이날(6일) 확인된 것만 해도 35곳이었다.

현재 오프라인에서 KB국민 앱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하나로마트 3곳 뿐이다. 롯데닷컴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온라인 결제만 가능하다. 두번째로 큰 신한앱카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편의점 2곳과 대형마트 2곳에서만 앱카드를 쓸 수 있다. 롯데앱카드는 그나마 많아 오프라인 13곳에서 스마트폰 결제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기업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미 전역 약 22만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2월 8일 중국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가 공개한 ‘2014 알리페이 지불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내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2%에서 올해 54%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한국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의 지하상가는 그야말로 알리페이의 ‘전용 광고판’이 됐다. 지하도 출입계단 벽에는 “중국 관광객 여러분 이제부터 택스리펀드는 알리페이로”라는 문구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알리페이 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실제 명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에서는 알리페이 오프라인 결제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쇼핑 중이던 중국 관광객 즈저카이(25)씨는 “모바일 알리페이를 현재 쓰고 있다”며 “여기(한국)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명동 지하상가 출입계단 벽이 알리페이 광고문으로 가득 찼다(위). 아래는 인터뷰에 응한 중국인 즈저카이(25)씨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 어플을 보여주는 사진.

국내 IT 기업 중에서도 최근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각각 ‘카카오페이’와 ‘라인페이’를 선보이며 핀테크 공세에 적극 나섰으나, 아직은 뚜렷한 실적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올초 금융당국은 ‘핀테크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그간의 핀테크 업체 성장을 가로막은 법·제도를 반성하는 분위기다. 강임호 한양대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국내 모바일 결제 등 핀테크 시장을 키우려면) 먼저 ‘소비자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정책이 잘 갖춰지더라도 소비자들이 결제를 위해 스마트폰을 쉽게 꺼내들지 않는다면 모두 헛수고라는 것이다. 누가 먼저 가맹점 수를 늘리고 결제과정을 간소화하느냐 따라 2015년 핀테크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 밥벌이 리뷰: 책 ‘은행원으로 산다는 것은’

다른 직업을 가진다면, 어렸을 적 기준에선 은행원은 생각도 안 해봤다. 그간 꿈의 궤적을 살펴보면 축구선수-과학자-소설가-물리학자-천체물리학자-검사-기자였는데, 한 사람 인생치고는 다양하지만 그럼에도 은행원은 없었다. 단순한 회사원의 하나로만 치부했던 것 같다.

이 사회에 정말 다양한 직업군이 있고 생겨나고 또 없어지는 걸 알았을 무렵, 선배들이 그리고 일찍 졸업한 동기들이 은행으로 입사하는 걸 봤다. 나쁘지 않아 보였다. 정확히 그들이 어떤 일 하는지는 관심없었다. 고객 응대 정도만 하는 줄 알았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 위해 몇번 은행을 들락날락거리니 그제서야 행원이 매력있는 직업처엄 느껴졌다. 이런 권력을 가진 사람들… 아무리 떼쓰고 어르고 달래도 내 대출 한도는 정해져있고, 그들은 매우 스트릭트하게 그러면서도 동정을 느낀 듯한 표정으로 “우리가 다 해드리고 싶지만 정해진 룰이 있기 때문에 따라야 해요.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뿐이다. 이렇게 상담을 해주는 사람들 뒤에 부지점장이 있고 지점에 따라선 지점장이 있다는 얘기. 이 책을 보니 좀 알겠더라.

지점장은 온갖 돈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자리인 듯 하다. <은행원으로 산다는 것은>의 저자도 그걸 장점으로 꼽았다. 의사는 병자들만 만나고 경찰들은 범죄자와만 만난다면, 행원은 잘 나가는 사람들과 긴밀하게 어울릴 수 있다. 돈으로 엮인 관계가 피상적이긴 하지만 서로에겐 이와 잇몸같이 꼭 필요한 존재니까. 그런 삶을 동경한다면 행원도 좋겠다 싶다.

일의 본질은 영업이란 생각도 책을 보면서 들었다.
어느 회사나 그럴 거다. 언론사도 그렇다. 그래서 차장 부장 올라갈수록 영업을 뛰게 된다. 경영의 중심으로 차츰차츰 들어오는 것이다.
행원도 마찬가지. 부지점장, 점장 올라갈수록 큰손 고객들을 만나 자기쪽으로 끌어와야 된다.

영업을 위한 관계를 맺는 데 창의성이 중요한 것 같다. 외향적 성격도 장점이 되지만 점점 직장 생활을 할수록 거기엔 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활발해도 싸가지 없으면, 적극적이어도 맨날 똑같은 패턴으로 그 나물에 그 밥이면 상대하는 사람 별로 마음 안 끌린다. 머리를 써서 어떻게든 남이 하지 않는 방법으로 기발하게 하는 게 포인트. 저자가 그러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직장 생활 오래 하려면 점점 개발해야 할 능력이리라. 아마 창업을 하면 더 그럴 것이다. 그래서 사장의 마인드로 직장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가보다. 저자도 말한다. “지점장이 된 것처럼 행동하라”

하지만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생각은 많지 않다.
읽다보니, 그간 만나왔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내가 너희들을 정말 아끼고 좋아한다는 것을 에둘러서 전하기 위해서 책을 쓴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날카롭고 비판적인 어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으니 참고. 중간중간 감사하다는 말이 얼마나 많던지.

긍정적인 어조로만 꽉 차 있는 것도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 저자는 실제로 이러한 마인드의 소유자이며 그런 태도로 살아왔을 수도 있다. 그랬기에 지점장에도 오를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감정의 미화와 과장이 군데군데 드러나 읽기가 거북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른 류의 밥벌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기엔 괜찮은 책 같다.
아, 저자는 ‘우리은행’ 출신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당에는 가장 고민이 깊은 두 세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고자 애쓰는 청년들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주역에서 밀려나는 베이비부머들이다. 그들 사이에는 40년 세월의 거리가 있는데도 어떤 면에서는 많이 닮았다.

p35

우리도 가칭 ‘베이비부머아카데미’ 같은 것을 만들어 스스로를 새시대를 이끄는 지도세력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어떨까? 우리 힘으로 새로운 의미의 은퇴자 르네상스 운동을 전개하다는 것이다.

p39

우선은 주 거래처인 D항공과의 관계를 전보다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들이 자랑하는 운동부인 남자배구를 적극적으로 응원하도록 하자. 또한 항공사 직원들과 대화할 때는 반드시 ‘우리 D항공’이라고 호칭하여 친근감을 높이도록 하자.

p53

개성폭포와 그 옆에 있는 사찰을 구경했다. 선죽교와 고려박물관도 들렀다. 가는 곳마다 지팡이 같은 수제품이나 먹을 것들을 팔았는데, 아이스크림은 입에 맞지 않았고 겹과자는 한입 베어 물었다가 뱉어내야 했다. 어딜 가나 공업 생산품은 보이지 않았고 뱀술이나 고사리 말린 것 등만 눈에 보였다. 개발이 덜 된 동남앗아 어느 나라에서나 으레 마주할 수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p89

나쁜 고객들은 가장 좋은 고객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신임을 얻기 위해 일정 기간 성실한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다 때를 만나면 본색을 드러낸다.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오랫동안 준비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일단 사고를 친 후에는 안면을 싹 바꾼다.

p139

구글이 대신 기억해주는 패스워드

passwords.google.com에 들어가면 크롬에 저장된 비밀번호들을 볼 수 있다. 아래 이미지처럼, ‘눈깔’ 모양을 누르면 잠시 로딩한 후 비번이 짜자잔 나온다. 이런 걸 보면 암호화 상태로 저장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까딱하면 해킹 당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 유용할 것 같다. (모든 기능은 써먹기 나름)

1.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당최 생각이 안 날때.
가입한 웹사이트가 많아지면서 이런 일 많이들 겪지 않나? 난 아이디와 비번만 모아서 한글 파일로 보관하기도 하는데, 이 파일이 없을 때, 가령 밖에서 모바일로 로그인을 할 때 패스워드가 생각이 안 나면 방법이 없다. 그때 샤샤삭 참고하면 될 듯.

2. 필요없는 사이트의 로그인 정보를 지우고 싶을 때.
크롬은 내 대신 아이디와 비번을 기억해 로그인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긴 하지만, 잘 안 들어가는, 내 인생에서 너무 사소한 사이트들은 좀 지워줄 필요가 있다. 나도 기억 못 하는데 기계가 기억하고 있으면 기분 나쁜 측면도 없잖아 있… 사이트마다 아이디와 비번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쓰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해두는 게 어떻게든 좋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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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창시자 레이 톰린슨 별세

이메일을 만든 레이 톰린슨이 세상을 떴다. 

유명한 사람들, 이 사회에 공헌한 사람들이 하나둘 별세하는 걸 보니,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가는 게 느껴진다. 특히 톰린슨씨가 만든 이메일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했다. 이메일이 없다면 업무가 어떻게 돌아갈 지 상상도 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조차 없어지는 날이 오겠지….)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733687.html

1999년에 처음 이메일 아이디를 만들었던 게 생각난다. 2000년(초6)에는 친구들끼리 이메일을 보내는 게 유행이었다. 만나서 해도 될 이야기를 굳이 메일로 보냈다. 그러면 조금 더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한메일이 전성기를 누리던 그즈음이다.

책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에서 톰린슨은 ‘@’ 기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은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컴퓨터에서도 접속용 아이디에 @ 기호를 쓰지 않기 때문에 그 기호를 쓴 것도 있어요. 접속용 아이디에 쓰이지 않는 기호라면 아이디에 들어간 기호와 사용자 아이디와 서버 이름을 구분하는 기호로 써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니까요.

당시 별 생각없이 쓰기 시작한 @ 기호는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호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없는 세상도 마찬가지로 상상하기가 어렵게 됐다. ‘지메일’이 톰린슨에게 날린 트윗이 그래서 의미가 있다.

‘모순덩어리’ 치킨을 파헤치는 책 ‘대한민국 치킨전’

즐거운 자리에서 더 즐겁기 위해서 먹는 음식, 치킨은 축제의 음식이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치킨이라며 시작하는 이 책은 정작 ‘치킨이 과연 축제의 음식인가?’라며 반문한다. 아버지께서 피곤한 상태로 퇴근하시며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오신 통닭이나, 맥주(또는 콜라)와 함께 친한 친구들과 뜯어먹는 치킨이나, ‘즐거워야 먹는 음식’인 건 맞다.

하지만 그 치킨이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지 여정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주된 내용. 양계농장, 육계기업, 프랜차이즈, 치킨 학원 등 살면서 몇번 듣지 못할 용어들과 함께 결국 치킨은 자본주의의 산물이 되어가고 있으며 결국 돈과 짙게 관련된 음식이라는 자조섞인 결론이 나온다. 뭐든 돈과 엮이면 그다지 반갑지 않은 법이다.

특히 ‘헬조선 헬조선’하는 이 때에 상당수 직업의 귀결은 치킨집 사장님이라고 했던가. 비교적 소규모의 자금으로 열 수 있는 치킨집은, 비교적 소액으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치킨이라는 음식의 양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치킨집이 모두 작은 구멍가게는 아니다. 대형 치킨집, 즉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떼돈을 벌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 치킨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애꿎은 ‘치킨집 사장님’들을 들들 볶는다. 대형 육계기업에 묶여있는 양계농장들도 마찬가지다. 약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한쪽의 얘기만 듣고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서민으로서 생각해야 할 일은 같은 처지의 서민들을 이해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이 책의 저자는 조심스럽게 치킨 프랜차이즈 사장님 한 분과 양계농장 주인 한 분을 인터뷰한다. 본사와 손님들의 눈치를 같이 봐야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비록 지면을 통해 전달되지만 빈약하기 그지없다. 힘없이 퇴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가슴 깊이 밀려오는 짠함을 지우기 힘들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손에 치킨이 담겨 있으면 참 기분이 좋았지.

이게 참 묘한 모순인데, <대한민국 치킨전>에서는 각종 모순들을 파악하느라 온 에너지를 다 쓴 것 같은 모양새로 여러가지를 파헤쳐낸다. 개중 하나는 이렇다. KFC에 한방을 크게 먹인 것은 IMF 금융위기였다. 맥도날드와 함께 글로벌 자본주의의 상징인 KFC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총아인 IMF로 휘청거렸다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어찌보면 우리네 삶은 모순으로 꽉 찼는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 진실을 알아가고, 질서를 맞춰가는 재미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중에 치킨집이나 차릴까 하며 치킨을 뜯고 있거나, 닭 죽이는 게 비인간적이라면서 복날에는 꼭 삼계탕을 한 그릇 해야하는 게 너와 나의 솔직한 모습이지만, 그 속에서 우린 교훈을 얻고 소소한 행복감을 만끽한다. 이래서 ‘치느님’의 은혜는 대단한 것인가보다.

음식은 집단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없는 기억도 만들어낸다.
p26

음식에 대해 글을 좀 푼다고 할 때 꼭 등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고 말한 미식철학가 브리야사바렝과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고 말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다. 굳이 대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음식을 먹는 것은 문호를 먹고 소비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치킨이야말로 ‘생각하기에 좋은 음식’이지 않는가. 밥이야 괴로우나 즐거우나 먹는다지만 치킨은 ‘즐거워야’ 먹는 음식이니 말이다. 즐거운 자리에서 더 즐겁기 위해서 먹는 음식, 치킨은 축제의 음식이다.
p45

프랜차이즈 치킨점 창업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100만원짜리 과외와 10만원짜리 동네학원 수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대학 레벨에 차이가 나듯, 치킨점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다면 메이저 치킨점을 차리지만, 그 사다리의 끝에는 노점 형태의 ‘닭강정’과 ‘장작구이통닭’이 있다.
p87

치킨의 승부처는 튀김 기술이 아니라 ‘소스와 염지’다. 소비자들은 닭살이 아니라 짭짤하고 부드러운 치킨 맛과 양념소스 맛에 반응한다.
p93

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100조원이 넘고,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해도 3,0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p100

분명한 것은 본사가 직영을 하지 않는 이상,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는 본사와 지사 모두 ‘갑’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족’이라 부르든 ‘파트너’라 부르든, 가맹점주에게 좋은 갑이란 없다. 오로지 나쁜 갑, 이상한 갑만 있을 뿐이다.
p106

1960년대 서울영양센터에서 한국의 치킨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삶는 닭에서 굽거나 튀기는 닭으로 변신했다는 뜻이다. 치킨의 계보를 따질 때 보통 1세대 브랜드를 ‘처갓집’ ‘멕시카나’ ‘페리카나’로 분류하곤 한다.
p106

(인터뷰)
-이번 멕시카나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생하는 거 다 알지. 근데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게, 손님들은 속속들이 다 이런 사정을 몰라. 그런데 언론에서 떠들고 자꾸 멕시카나가 문제다, 그러면 손님들이 문제있는 치킨인가 보다 할 수 있거든. 그럼 안 그래도 지금 소비자들이 떨어져나가서 걱정인데, 괜히 긁어부스럼 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서 본사하고 협의가 잘 되어서 공급가격은 내려가고, 잘 좀 협의가 됐으면 싶어요.
p115

기술도 빽도 없을 때 우리가 마지막으로 두드리는 문이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이다.
p117

치킨점에 공급되는 닭은 조각을 내고 염지를 해서 진공포장(실링포장)을 한 상태다. 보통 10호(1킬로그램)의 절단 염지 닭이 4,000원에서 5,000원 사이다. 2014년 상반기, 프랜차이즈점이 아닌 개인점의 경우 하림 10호 염지닭이 4,500원 정도에 들어온다.
p120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치킨점 점주들과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례적으로 후라이드치킨의 원가를 밝히며 롯데마트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리고 기업형 수직 계열화 문제로 입장 차이를 보여왔던 한국양계협회와 한국제육협회도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몇몇 정치인도 이 대열에 합류했고,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마저 대형마트가 소상공인들에게 적합한 업종인 ‘치킨’을 건드리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힘을 실어줬다. 이는 치킨업계에서 보여줬던 딱 한 번의 ‘통큰 단결’이기도 했다.
p123

치킨집의 경쟁자는 치킨집만이 아니다. 바로 바꿔 탈 수 있는 치킨의 대체품목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킨과 햄버거, 피자는 대체성이 강한 품목들이다. 요즘 치킨집 사장님들을 부글거리게 하는 것은 ‘미피 50%’다. 이는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가 50퍼센트 할인 행사를 하는 날을 말한다. 금요일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필 그날 미스터피자가 할인 행사를 해버리면 치킨집은 불금이 아니라 ‘물금’을 보내야 한다.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의 할인 행사가 있거나 해피밀 세트에 끼워주는 장난감이 새로 출시되면 치킨집과 피자집은 또 영향을 받는다.
p130

40대 이상의 남성을 만나면 딱히 호명할 방법이 없어 서로를 ‘사장님’이라 부르고, 그 아내를 ‘사모님’이라 부를 뿐이다. 대형마트나 대형 조리업체, 청소용역회사에 고용된 40~50대 여성 노동자를 ‘여사님’이라 부른다고 그들이 진짜 여사님이 아니듯.
p131

청년유니온은 2015년도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심의에 맞춰 2014년 청년 임금인상 요구안을 조사한 결과, 희망 최저임금이 시급 7,489원이라고 밝혔다. 만 15~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2014년 청년 임금인상 요구안 조사’를 진행한 결과라고 한다.
치킨집 배달 알바비는 6,000원 수준이고 이것마저도 점주들은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니, 사장 노릇도 알바 노릇도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p131

한국에서 배달음식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16만명으로 추산되고, 그 매출 규모는 연간 10조원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자 먹기’ 애매한 사람들이 배달음식업의 주요 고객이고, 그래서 배달 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
p138

음식문화사의 관점에서 보면 림스치킨은 한국형 외식 프랜차이즈의 초창기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구워 먹는 치킨에서 튀겨 먹는 치킨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통닭 형태뿐만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통일된 간판과 매장 인테리어, 그리고 포장 용기라는 것을 간파했다는 점에서도 한국형 치킨 프랜차이즈의 준거를 제공했다.
p141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닭과 부자재를 팔아서 먹고 산다. 그러려면 가맹점 점포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빅모델 위주의 치킨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맹점 모집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면서 기존의 가맹점주들을 안심시키기에도 좋은 전략이다.
p154

아르바이트 에피소드는 주인공의 처지를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상대 남자 주인공들과 만남의 계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로 매장을 등장시킨다. 네네치킨 시켜먹다가 남자 주인공과 만나고, 망고식스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식이다.
p156

2013년에 방영한 KBS 주말 드라마 <힘내라 이순신>의 여주인공 아이유는 카페베네가 만든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점원 노릇을 했고, 엄마 고두심은 아이유가 메인 모델로 있는 멕시카나에서 치킨을 튀기고 포장하는 일을 했다. 분명 블랙스미스 측이 더 많은 제작비를 댔을 것이다.
p157

맥주는 주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공식행사에 후원으로 나가는 맥주는 ‘면세’이기 때문에 주류회사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것이다. 기업은 그렇게 순진한 조직이 아니다.
p188

치맥과 치콜은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물론 소위 ‘음식궁합’이나 ‘안주궁합’으로 따지자면 최악의 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차가운 맥주와 튀김인 치킨을 함께 먹으면 소화도 잘 안 될뿐더러 ‘통풍’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는 소주와 삼겹살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맥주 하면 치킨이고 치킨 하면 맥주다.
p188

근대의 음식 충격은 조미료와 고기, 기름으로 다가왔고, 이전의 미각들은 없이 살 때의 것으로 취급되었다. 새로운 맛에 열광하고 욕망하다 결국은 인이 박여버린 것이 지금의 음식이다. 그런데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참을 수 없는 감각이 남았다. 그것이 바로 ‘느끼함’이다… 이 느끼함을 순간 잠재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탄산’이다.
p190

영양 과잉의 시대인 지금에야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치킨을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맛보다는 영양을 앞세우던 가난한 시절, ‘영양센터’라는 이름 자체가 시대의 로망을 보여준다. 명동영양센터는 지금도 한국 치킨의 조상님 대접을 받으면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p201

KFC에 한방을 크게 먹인 것은 IMF 금융위기였다. 맥도날드와 함께 글로벌 자본주의의 상징인 KFC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총아인 IMF로 휘청거렸다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p210

그러나 KFC나 파파이스 같은 글로벌 치킨 브랜드가 국내에서 맥을 못 추게 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IMF의 필연적인 귀결, 즉 ‘치킨집 창업 열풍’이었다… 누군가에겐 시련이었지만 BBQ에게만큼은 IMF가 큰 기회였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쓰러져가던 때, BBQ는 오히려 잘나가기 시작했따. 직장에서 쫓겨나는 가장들이 알량한 퇴직금을 들고 찾아갈 곳이 BBQ였기 때문이다.
p211

외식 메뉴의 기본 특징은 고기와 기름, 그리고 밀가루에 바탕을 둔다는 것이다.
p215

옥수수는 전분을 낳고, 전분은 물엿을 낳고, 물렷은 양념치킨을 탄생시켰다. 닭도 옥수수를 먹여 키운 것인 치킨은 곧 옥수수다.
p222

농가의 부수입을 올리는 기초 과정으로 가정 양계를 권해왔고, 심지어 1960년대에는 군대에서 양계 기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군인들 대부분이 농민이고 제대하면 농촌으로 돌아가리라 여겼기 때문에 ‘농천 근대화’와 ‘부농 만들기’ 국가 프로젝트에서 양계는 필수항목이었다.
p256

한국에서 한 해에 도축되는 닭은 약 8억 마리에 이르고, 그 중 절반 이상은 치킨으로 튀겨 먹고 있다… 양계장에서 직접 병아리를 ‘닭’으로 키우는 것은 양계 농가의 일이다. 그런데 이 양계 농가의 90퍼센트 이상이 육계 기업에 소속된 ‘계약 농가’이고, 그 육계기업의 50퍼센트가 하림에 소속돼 있다. 그러니 하림이 닭을 만들어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p263

어떤 육계회사의 계약농가라고 하면 당연이 계사는 본사에서 지원하는 줄 알지만, 이는 전적으로 생산자의 몫이다. 최근에는 무창게사 쪽으로 시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무창계사는 말 그대로 창문이 없는 폐쇄형 계사로, 계사 내부의 온도 조절과 환기, 점등 등 계절과 날씨, 일조 시간과 상관없이 여러 가지 환경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밀도 사육에 유리하다. 개방계사로도 부르는 유창계사는 점등 조절은 자연일조 시간에 따라, 환기는 창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무창계사에 비해 인위적인 환경 조절이 어려워 고밀도 사육에는 불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유창계사나 비닐하우스 형태의 계사를 가진 양계 농가는 빠르게 퇴출되거나 빚을 내어 무창계사를 짓고 있는 중이다.
p276

하림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을 집중시켜 자신들의 자본 회수는 물론, 입추와 출하 사이클을 조절해 계약농가가 다른 업체보다 1회전 정도 더 돌리게 하는 것으로(닭을 한 차례 더 키워내도록) 자사의 이윤 창출은 물론 농가 관리를 편하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15일마다 결제를 하는 시스템은 농가에서 끊기 힘든 매력이다. 수익률 면에서는 다른 업체가 낫다 해도 농가 입장에서 빠른 결제는 곧 현금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림이 갖는 가장 큰 힘이고 바로 ‘돈의 힘’이다.
p282

스트럭처 저널리즘

‘2015-06 해외미디어동향’을 정리한 내용

신문의 본질을 나타내는 문법적 관습 (literary convention)은 무엇인가? 뉴욕타임스의 일면을 본다고 가정해보자. 거기서 우리는 소비에트 반대 운동, 말리의 기근, 소름 끼치는 살인 사건, 이라크의 쿠데타, 짐바브웨 희귀 화석 발견, 미테랑의 연설 등을 발견한다. 왜 이런 사건들이 한 지면에 병치되는가? 무엇이 각각을 묶어주고 있는가?

앤더슨에게 그 해답은 시간적 동시성(synchrony)에 있다. 내용적으로 이질적인 사건들이지만, 뉴스가 보도되는 시점에서의 동시성이 이질적인 사건들 사이의 공통분모를 형성한다. 하루, 일주일, 월 등의 주기성을 시간축으로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합된 물리적 공간에 배치하여 패키지로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뉴스 플랫폼이다. 소비자들은 패키지 단위로 제작된 뉴스에 노출되고, 소비자들이 수 백 가지 기사 중에서 단 하나의 기사만 본다 하더라도 언론사는 패키지 전체에 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기사들이 낱개로 소비되면, 언론사의 수익 구조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한 언론사가 생산한 100개의 기사 중 10개만 소비된다고 할 때, 나머지 90개의 기사는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트럭처 저널리즘은 이런 디지털 환경에서 기사들을 다시 묶으려는(rebundling) 시도다.

스트럭처 저널리즘은 기사 및 기사 속에 내재된 정보를 시간을 거치면서 계속 누적시켜 재맥락화(recontextualize)한다.

새로운 사건을 보도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서, 구조화된 데이터는 깊이 있는 지식과 맥락을 제공한다. 만약, 재맥락화 과정이 없다면, 구조화된 데이터는 위키피디아 같은 백과사전과 별로 차이가 없을 것이다.

스트럭처 저널리즘

저널리즘적 관점에서 뉴스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 뉴스 사건을 데이터로 입력하고 이를 모아 내러티브 혹은 스트럭처 스토리로 만든다.
처음에는 기자 즉, 사람의 관여도가 높지만, 이 데이터들이 축적되면 사람의 작업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시간에 따라 뉴스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는 구조다.
데모 영상을 보면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고, 재밌다.

스트럭처 스토리즈 데모 시연 영상

뉴욕타임스

1) 데이터 프로젝트: 기자들이 텍스트 에디터에 글을 쓰면 마이크로서비스가 기사 내 중요한 구문들을 하이라이트 하거나 태그를 추출한다. 이를 기자가 평가한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게 목적이다. (모든 기사에 컴퓨터가 일일이 태그를 다는 것으로 보면 됨)
2) 쿠킹: 이용자들이 검색하고 저장하고 평가를 남길 수 있는 약 1만 7000개 이상의 요리법을 담고 있다. 각각의 검색 필터가 해당 요리들이 갖고 있는 속성을 반영해 구분한다(다이어트 분류, 요리 방식 분류, 식사 유형 분류 등). 컴퓨터가 자연어 처리 등을 이용해 문장 속 단어를 식별.

워싱턴포스트

독자들이 기사 페이지를 떠날 필요 없이 한 페이지 내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데이터를 호출해 풍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이는 워싱턴포스트가 각각의 정보들을 기사 본문 내 오른쪽 공간에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원자화’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WP는 이를 스스로 ‘지식 지도(Knowledge Map)’이라고 부른다.
링크는 예시.

호미사이드 워치

모든 살인 사건의 혐의자들을 이름, 나이, 인종, 성별, 희생자 등으로 구분해 기록한다… 기사와 헤드라인을 넘어 기사 안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원자화함으로써 후속 기사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그 내용을 가져다 쓸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독자들이 기사를 읽으면서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부가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한다는 스트럭처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BBC나 IBM의 왓슨 등이 사례로 나왔으나 아직 실험 or 베타테스트 중이므로 의미가 없어 패스.

사례들을 보고 있자니, 구조화된 저널리즘이 미래에 먹힐지 또는 한국에 먹힐지 좀 더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현재 한국 언론사 구조상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 시스템이나 기술, 기자들의 역량, 의지 등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도해볼 만한 주제고, 계속 가지고 가야 하는 개념이다.

중금리 대출-투자는 신의 한 수: 8퍼센트 후기

무엇이든 간에, 어떤 상황에 닥쳐봐야 깊게 고민하게 된다. 최근 이사하는 과정이 그랬다. 생전 처음 집을 알아보고 대출, 금리, 전/월세, 부동산, 건물시세 등을 따지려니 머리가 고약하게 아팠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가 ‘부동산 지옥’이 됐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됐다. 그제서야 부동산 기사가 눈에 잘 들어오게 됐다.

두번째가 재테크였다. 돈이 없던 시절, 돈이 들어와도 금세 100% 다 나가던 시절에는 재테크가 필요없었다. 그런데 10만원, 20만원씩 잉여금이 생기게 되면서 이 돈을 그냥 갖고 있으면 손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은행에 넣어두는 것이지만,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성적만큼이나 낮은 현재 금리는, 대출금 이자도 퉁을 못치는 무기력함만을 선사했다. 남들 다 하는 주식이나 펀드를 생각해봤는데, 리스크가 좀 커보였고 무엇보다 이에 신경을 많이 쓸 시간이 없었다.

그때 본 ㅍㅍㅅㅅ의 이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ㅍㅍㅅㅅ에는 한동안 스타트업 대표들은 인터뷰한 연재가 올라왔었는데, 그중 8퍼센트(‘에잇퍼센트’라고 등록이 돼있으니 그렇게 읽으면 되겠음)의 이효진 대표가 인터뷰한 글을 우연찮게 만나게 된 것이다. 인터뷰의 처음은 살짝 무례하긴 했으나 애교로 봐주고(…)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대표의 자신감과 8퍼센트의 존재 이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인터뷰(…)

8퍼센트의 존재 이유부터 말해보면, 중금리 시장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동안 이런 중금리 시장이 형성이 안 됐던 게 놀라울 정도. 사람들의 수요가 없을 수 없는 ‘생태계’라고 표현하겠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일단 신용이 좋지 않으면 대출의 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제2금융권이다, 현금서비스다 받다 보면 그다지 큰 금액을 빌리지 않았음에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오게 된다. 신용이 좋더라도 이미 진행 중인 대출이 있다면 추가로 대출 받기가 쉽지 않다. 이때 8퍼센트는 희망의 동앗줄 같은 느낌일 거다.

여기에 신용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매력적이다. P2P 대출이다 보니 연체를 하지 않는 한 대출 자체로 신용 등급이 내려가지 않는다.

실제 8퍼센트가 굴러가는 걸 보면, 많은 경우 대출의 목적이 ‘타기관 대출 상환’이다. 가령 저축은행에서 10~20%대로 돈을 빌린 사람이 그 금액을 8퍼센트 대출로 상환해 낮은 금리로 전환한다면 이는 무조건 이득이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0.1%만 높아도 (중도 상환 수수료가 없다면) 바로 실행하지 않을까. 시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표의 자신감은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Q 경쟁사들이 좀 생기는데 불안감은 없나요?
A 사실 딱히 저희랑 겹치는 컨셉은 없긴해요. 저희 컨셉은 IT회사라기보단 금융회사거든요. IT회사라고 치면 트래픽이 제일 중요할 텐데, 금융회사라고 컨셉을 잡다보니 신용과 윤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저희는 저희 채권에 4시간 이내에 직원들이 투자를 못하게 되어있다던가, 이런식으로 윤리강령을 제일 먼저 만든 것도 저희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은 채권추심 및 부실 채권 매각 부분입니다. 연체 및 부도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아서 저희 채권 추심 프로세스를 보여드리지 못한 게 아쉽네요. 이게 정말 기가 막히는데…..

실제 2014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제껏 (2016년 1월 21일 기준) 부도가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쌓인 투자액은 약 120억이다. 8퍼센트 현황 페이지를 보면 연체된 채권이 2건 있긴 하다. 그 채권이 6차례 연체가 된 것 같다. 이효진 대표가 말한 채권 추심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인지 알길이 없지만 그래도 저 자신감이 헛돼 보이진 않는다.

만에 하나 부도가 나더라도 투자 손실을 막기 위해 안심 펀드라는 것도 내놨다. 일정 금액의 안심료를 내면 부도가 났을 시 투자금의 50%를 돌려받는 것이다. 이 안심채권이 앞으로 60%, 70% 정도로 리크스를 줄여준다면 투자자들이 말그대로 ‘마음을 놓고’ 투자할 수 있을 듯하다.

대출을 받는 사람을 선정하는 기준도 까다롭다. 요즘은 대출신청자가 SNS에 올린 글이나 음식을 먹는 성향 등도 심사에 반영한다는데 참 깐깐하게도 한다 싶다. 하지만 그 깐깐함은 대출자들이 느끼는 것일 테고, 투자자들이야 회사가 깐깐할수록 신뢰도가 담보되는 것 아닌가. 이런 요소들이 모여 8퍼센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보통 마이페이지라고들 하는 ‘나의 투자’ 페이지에 들어가면 그간 내가 얼마나 투자했고 수익률이 몇%이며, 언제언제 상환받는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디자이너가 참 일을 잘하는 것 같다. 모든 페이지가 깔끔하다.)

포트폴리오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는데, 사실 내가 이 데이터들을 갖고 계획을 짜거나 하진 않는다. 내 유일한 전략은 가능하면 높은 수익률 펀드에 골고루 돈을 분산시켜 투자하는 것뿐이다.ㅋㅋ 그래도 매일 1시에 채권이 열리니 맘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수강신청을 하듯 샤샤샥 투자 신청을 한다. 이러한 재미 또한 쏠쏠하다.


8퍼센트 투자 방법
가입 >> 예치금 계좌에 돈 입금 >> 평일 낮 1시 열리는 채권을 기다림(…) 보통 10시 반~11시 쯤 예고 됨 >> 맘에 쏙 드는 채권 선정 >> 1시 딱 되면 빛의 속도로 클릭, 클릭. 끝

지대넓얕의 인상적인 고민 상담: 힘들 땐 어떻게 할까요

팟캐스트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서 몇회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청취자들의 고민을 받아 이를 상담해주는 편이 있었다. 여기서 “힘들 땐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김도인(‘지대넓얕’ 진행자 중 한명)’ 답이 인상적이어서 기록해둔다.

‘축’이라고 읽는 한자인데, 기본적으로 ‘막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주역의 ‘산천대축(山天大畜)’이라는 괘의 그 축이다. 댐을 비유로 하면 벽을 높이 만들어 물을 가둔다는 의미다. 그런데 흐르는 물이 막히면 자연적으로 그 수위가 높아진다. 댐에 물이 차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한자에는 ‘쌓는다, 쌓인다’는 뜻도 있다. 막히면 쌓인다는 맥락이 담겨있는 셈이다.

댐에 물이 막히면 그 수위는 높아질지언정 더이상 흐르지 않는다. 우리 인생에서 뭔가 막히고 계속 실패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하지만 벽의 높이를 넘어설 정도로 수위가 높아진다면 그 물은 마침내 벽을 넘어 흐르게 된다. 지대넓얕의 진행자는 ‘폭발적인 역량’이 넘쳐 흐른다고 표현했는데 인상 깊었다.

내 인생을 가로막고 좀처럼 넘을 수 없는 것 같은 벽도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계속 되는 노력이다. 물을 계속 흘러보내야 수위가 높아지고 마침내 댐을 타고 흐르듯, 인생의 장애물을 넘기 위해선 계속 나의 역량을 부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앞에서 도피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해결하고 끝내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야 한다. 畜이 주는 깨달음이다.

뉴욕타임스가 쓴 TV의 변화: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뉴욕타임즈의 이 기사를 스크랩만 해놓고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잘 됐다. 지금 보니 더 잘 이해가 간다. 티비가 변해간다는 것이다.

그동안 티비는 일방향 미디어였다. 최근까지 티비의 영향력은 대단하여, 미디어학에서는 ‘탄환이론’이 대두될 만큼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확 꽂히는’ 매개체였다.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는 몰입감은 아주 크다. 지금은 비록 티비 콘텐츠의 개념이 ‘생방송’에서 ‘온-디맨드’로 바뀌었지만, 티비를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기분이다. ‘바보상자’라는 별명이 괜히 붙었겠나.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는 티비가 일방향의 한계를 깨고, 쌍방향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을 한 명 설정해, 팬도 없는 무명배우가 어떻게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인기배우가 됐는지를 보여주면서, 티비의 쌍방향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티비 자체로 쌍방향이 이뤄지는 게 아님은 기억해야 한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소셜미디어’가 티비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단순히 티비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걸 넘어서 독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배우에게 피드백하는 시대가 됐다. 같은 장소에서 영화를 보며 수근거리는 것마냥, 이젠 어디에 있든 얼굴을 알든 모르든 온라인 상에서 떠들썩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얼마전 ‘모바일 광고의 현황과 미래 전략’이라는 포럼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한 패널이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 분은 트위터코리아의 이사였는데, ‘나우모멘트’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실시간 트윗과 브랜딩 전략을 소개했다.

가령,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골을 넣었을 때, 코카콜라에서 트윗을 날리는 것이다. “골! 코카콜라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합니다” 거기에 이벤트같은 것도 얹어도 괜찮겠다. 폰을 놓지 못하는 축구팬들은 코카콜라의 트윗을 열심히 리트윗하며, 골과 콜라가 주는 청량감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브랜드 효과가 일어나는 순간!

트위터를 하면서 티비를 보면 그냥 티비를 보는 사람보다 더 감정이입이 잘 된다는 통계 결과도 있단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트윗에도 반응하는 것일 테다. 그 순간 우린 같은 경기를 보는 형제요, 동지니까.

티비가 한물 갔다고 하지만, 아직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매우 새로운 것에 덤덤하다. 되려 티비를 찾을 사람들이 잠재돼 있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