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의 CMS ‘아크 퍼블리싱’

우리 회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크’를 도입합니다. 아크는 워싱턴포스트의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인데, 언론사 다니는 사람에겐 ‘집배신’ 시스템으로 친숙할 거예요. 블로거들이 쓰는 워드프레스도 일종의 CMS입니다. 글을 쓸 수 있고 사진, 동영상 등을 붙이거나 내가 쓴 글들을 저장해주고 이를 웹페이지로 뿌려주는 등등… 온라인 상에서 콘텐츠 사업을 하는 언론사들에겐 이러한 CMS는 핵심 요소이며 자산이 됩니다.

아크는 워싱턴포스트가 쓰고 있던 CMS를 2013년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후 이름을 바꾼 겁니다. 2014년엔 아크를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콘텐츠를 팔고 광고를 파는 회사가 CMS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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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S는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술의 집합체입니다. 수많은 콘텐츠DB와 사이트 제작, 거기에 회원 정보와 유료화를 위한 페이먼트까지 결합이 되니 기술의 복잡도가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WP가 CMS를 팔기 시작했다는 건 기술 기업으로의 확장 또는 변모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도 합니다. 마치 아마존처럼 말이죠.

조선일보가 아크 도입을 논의하고 결정한 건 지난해 말~올해 초입니다. 그 이전에도 도입 논의는 있었는데요. 조선과 WP의 내부 사정으로 연기가 되었다가 지난해 말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었습니다.

아크는 WP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워싱턴포스트는 아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월방문자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3년 10월 2천만명에서 2018년 1월 9천만명으로 늘었다고 했죠. 하지만 2018년 수치는 정점을 찍고 내려온 수치입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월 1억명을 돌파한 후 점차 내려오고 있죠.

WP의 PR페이지를 통해 집계한 데이터

WP가 트래픽이 줄고 있다고 공표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베조스가 인수한 2013년에 비해 현재의 트래픽이 많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UV는 3배 이상, PV는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여기에는 CMS의 공이 절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크를 도입하면서 WP의 조직도 대폭 변했습니다. 기자와 엔지니어, 마케터가 같이 일하고, 발제도 이들이 같이 의논해서 하는 프로세스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전에는 조직 내에서 힘을 갖지 못했던 개발자와 같은 엔지니어들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하고, 미디어 스타트업이 많은 뉴욕에 사무실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WP가 종이신문 사업을 버린 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종이신문의 매출이 WP에게 중요하기에, 특히 디자이너들이 온라인과 지면을 같이 디자인하도록 하는 등 둘을 병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크의 구성

아크는 여러 가지 툴의 집합체입니다. 마치 워드프레스 관리자 화면으로 들어가면, 대시보드, 글 추가/편집, 테마, 플러그인, 분석 등 메뉴가 있는 것처럼 아크에도 각각의 기능이 하나의 앱으로 만들어져 들어가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들입니다.

  • 컴포저(Composer): 기사를 업로드하고 구성할 수 있는 입력·편집툴.
  • 웹스케드(Websked): 콘텐츠 생산과 관련된 뉴스룸의 스케쥴, 예산, 취재일정을 관리하고 계획하는 툴.
  • 페이지 빌더(Page Builder): 사이트의 틀을 편집하는 레이아웃 에디터.
  • 포토 센터(Photo Center): 사진 관리 시스템. 컴포저와 연동돼있음.
  • 비디오 센터(Video Center): 영상 관리 시스템. 포맷 관리, 캡션 생성, 간단한 영상 편집 기능이 있으며 이 역시 컴포저와 연동돼있음.
  • 클라비스(Clavis): 독자의 클릭 히스토리를 분석해 클릭률을 높일 수 있는 기사나 광고를 기사 하단에 추천하는 도구.
  • 벤디토(Bandito): 기사의 제목과 썸네일 등을 AB테스트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
  • 록소도(Loxodo): 선행 지표 분석툴. 주요 언론사 기사를 500명의 포커스 그룹에게 보여준 뒤 기사들의 반응을 WP의 기사와 비교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

이중에서 기자들이 주로 쓰는 건 기사를 작성하는 컴포저와 작업의 전반적인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웹스케드, 그리고 사진을 삽입하기 위한 포토 센터입니다.

Lo que Arc Publishing le aportó a The Globe And Mail
컴포저 화면

컴포저를 실제 사용해보니 UI가 깔끔하고 기사를 쓰기에 편리했습니다. 처음에야 당연히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컴포저 각각의 기능들이 매우 유용하게 느껴집니다. 많은 입력기도 그렇겠지만 특히 워드프레스 입력기와 비슷합니다. 데스크톱이나 태블릿, 모바일 가릴 것 없이 잘 작동합니다. 다만 모바일에선 전용 UI가 없어 화면이 크게 보이는 등 다소 아쉬웠습니다.

웹스케드는 기사 작성 – 사진, 동영상 삽입 – 메인 페이지 노출 – 종이 신문 출고 등 일련의 과정들을 관리할 수 있는 매니징 툴이면서 모니터링 툴입니다. Web desk를 조합해 웹스케드(Websked)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썰’이 있습니다. 실제 각 부차장들이 데스킹을 보려면 컴포저에서보다는 웹스케드에서 리스트업을 하는 게 훨씬 더 편합니다.

일의 흐름

아크를 둘러보다 보면, 확실히 한국식이 아닌 미국식 문화에서 파생된 CMS라는 느낌이 듭니다. 가령 우리 언론사들은 기사를 다 쓴 후 “부장 기사 다 썼습니다. 데스킹 봐주세요”라고 카톡이나 전화를 하겠죠(그 반대의 경우에도).

아크 내에서는 ‘태스크 요청’ ‘워크플로우 상태’ 등으로 체계적인 공정화를 해놨습니다. 가령, 기자가 초고를 쓴 후 데스킹 요청을 하면, 데스크가 이를 ‘내 작업’으로 바꾼 다음 데스킹 후 ‘완료’ 버튼을 클릭해 하나의 기사를 완료 상태로 만드는 거죠. 그렇게 되면 완료율도 뜨고, 기사가 어떤 상태인지도 보이고.. 다시 말해 수치화가 명확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사, 특히 오래된 회사일수록 구두로 일을 처리하고 ‘되는 대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죠. 차차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변화는 아크 같은 외국 툴을 하나씩 도입하면서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크 론칭을 앞두고..

조선일보는 아크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우리가 쓰기 편하도록 추가 개발을 하는 중이며 아크를 쓰고 일할 사람들, 기자나 편집자, 광고 담당자들이 실제 써보며 적응하는 중입니다.

새로운 CMS 위에 새로운 웹사이트도 얹힙니다. 조선닷컴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며,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 외에 안에서 바뀌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변화된 환경 아래 느낀 점들, 그리고 그 안에서 한번 쯤은 짚어보고 싶은 이야기들은 다음 글에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최대 뉴스 플랫폼 네이버, 거기에 얹힌 ‘매스미디어’

“요즘 신문 유료부수가 얼마나 되죠?” “100만 넘는 곳이 하나도 없죠? 그것도 몇몇 신문사를 제외하면 턱없이 부족하죠. 10만, 20만…” “이 정도로 신문이 안 팔리는데 신문을 ‘매스미디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언론재단에서 별로 새로울 것 없는 강의를 듣던 중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게 한 강사의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언론사들 네이버에서 채널 구독자수 모으고 있죠?” “1등이 중앙일보인가요? 300만이 넘었죠.” “조선은 몇명인가요?”

훅 들어온다.

“250만이요.” (그쯤 됐었다.)

“200만, 300만 넘는 언론사가 10군데가 넘었죠. 그럼 이제 매스미디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겠죠.”

아뿔싸, 일반인들의 시점에서는 신문사든 방송사든 네이버 덕분에 매스미디어의 지위(라면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거구나. 신방과 수업에서 익히 들었던 매스미디어가 재정의되는 순간이었다. 하긴 이제 신방과도 아니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지(…)

모바일 시대 10여년째.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뉴스를 보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가장 간편하게 볼 수 있는 플랫폼은? 단연 포털이다. 뉴스든 비뉴스든, 매일같이 수만 개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언론사들은 네이버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네이버의 뉴스 정복사는 진행형이다

최초엔 네이버에 뉴스캐스트가 있었다. 네이버는 수많은 언론사의 콘텐츠 중 사람들이 볼만한 뉴스를 픽해 메인에 걸었다. 자극적인 제목들이 넘쳐났다. 언론사의 디지털뉴스부서는 네이버 메인에 자기네들의 기사를 걸어 트래픽을 끌어와야 했다. 그 결과 ‘충격’ ‘경악’ ‘섹시’가 득실댔다.

이러한 폐해가 계속해서 거론되자 네이버는 2013년 뉴스캐스트를 접고 뉴스스탠드를 도입한다. 뉴스스탠드는 언론사가 직접 본인들의 이름을 걸고 온라인 지면을 꾸미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네이버도 언론사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진 못했다. 뉴스 제목 없는 네이버 메인은 허전했고, 언론사는 아웃링크 트래픽을 상당수 잃었다.

그러다 모바일 뉴스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네이버는 2017년 뉴스스탠드와 ‘오늘의 신문’, 그리고 모바일판을 합친 ‘채널’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구독 시스템도 도입한다. 언론사별로 구독자를 유치하게 하고, 그 숫자를 옆에다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 50만 구독’ 이런 식이었다

조선일보 네이버 채널

키를 잡은 네이버

네이버가 도도하고 영리하게 판을 깐 것이라고 본다. 마치 ‘너네 겉옷, 양말 다 벗고 저기 체중계에 올라가서 몸무게 불러’라고 학생들한테 말하는 양호 선생님처럼.

몇몇 언론사는 적극 호응했고 스타트를 잘 끊었다. 중앙과 jtbc가 대표적이다. 몇십만의 구독자와 함께 초반부터 잘 나갔다. 몇몇은 심드렁했다. 조선이 그랬고 평타는 쳤다. 이들 소수를 제외하고는 기를 쓰고 매달렸지만 결과가 그렇게 좋진 않았다. 2017년의 구독 시스템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채널 구독자 300만 시대. 중앙과 jtbc가 350만을 넘었고, 10여개의 언론사들이 200만을 넘었다. 언론사들의 구독자 모집 경쟁이 상당했다. 에어팟도 주고 비타500도 주고 줄 수 있는 건 다 주는 것 같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조선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초반에 심드렁했던 게 여기까지 와보니 이젠 자존심이 상하는 거다. 그래서 여행권도 주고 스피커도 주고 피자도 주고 음료수도 줬다. 그렇게 구독자를 꾸역꾸역 채워갔다.

올해 네이버는 뉴스 영역에서 큰 변화를 예고했다. 네이버가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공급받는 대가로 제공하는 ‘전재료’를 없앤다. 대신 네이버 내 기사 트래픽을 바탕으로 광고 수익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물론 광고를 직접 영업해 걸 수도 있다. 네이버 입장에선, ‘뉴스 독자는 잃지 않겠다, 대신 돈을 벌든 안 벌든 그건 알아서 하라’는 것. 언론사는 각자도생해야 하고 울타리 없는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2019 네이버 미디어 커넥트데이 발표 자료 중

유통의 다변화, 언론사는 적응해야 산다

하지만 경쟁이 꼭 진흙탕 싸움만 될까? 그렇진 않을 거라고 본다. 내공이 있으면 살아남을 거고, 내실 없이 껍데기에만 신경썼다면 도태될 것이다. 정화의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네이버가 영원하리란 보장도 없다. 그냥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뉴스의 유통 채널을 넓히는 수단, 마치 KBS가 ‘동백꽃 필 무렵’을 KBS2에서 틀고, 넷플릭스에도 공급하는 것과 같다. 넷플릭스도 영원할까? 지금은 거대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어떻게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네이버도 마찬가지. 언론사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네이버에 적절히 신경 쓰면서 이참에 자립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플랫폼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앞으로 3년은 유예 기간이다. 광고 수익이 전재료를 밑돌면 3년 동안은 전재료를 보전해준다. 그동안 국내 온라인 뉴스는 가파르게 변할 것이다. 유튜브든 트위치든 AI든 언론사는 다방면으로 활로를 개척해야만 한다.

거창한 얘기들을 쭉 썼는데, 사실 이 글은 네이버 채널 서비스로부터 가지를 뻗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서 기회도 찾고 싶었다. 스마트폰이 퍼진 2010년이나 SNS가 유행한 2015년보다 지금이 언론사에겐 더 기회가 많이 있는 것 같다. 발전하는 기술도 많고, 사람들의 취향도 다양해졌으니 말이다. 언론사는 이것도 시도하고 저것도 실험해볼 수 있다. 여기에 한숟가락 얹고 싶다.

5년 뒤 매스미디어는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