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의 선봉장 버즈피드의 몰락

“버즈피드 같이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돼?”

“버즈피드를 연구해야 한다”

2014년 말, 이전 회사에 입사했을 때 정말 많이 들었던 말들이다. 사실 기자 입사만 준비했던 나로서는 버즈피드가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당시 ‘뉴 미디어’ 쪽에 몸 담고 있다는 사람들은 버즈피드라는 이름을 입에 달고 살았다.

‘리스티클’ 같은 건 버즈피드의 대표적인 발명품이다. 누구나 한번 이상은 들어봤을 ‘~하기 위한 5가지 방법’, ‘~에 좋은 8가지’ 등의 콘텐츠를 버즈피드가 유행시켰다. 이러한 콘텐츠는 페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졌고 버즈피드의 전성기를 누리게 했다.

언론이라고 하기엔 너무 말랑말랑했다. 그렇지만 인기가 높고 많이 읽히는 데 어떡하겠나. 우리나라에도 피키캐스트 같이 버즈피드를 표방한 매체가 우후죽순 나왔다. 기성 언론들도 열심히 버즈피드를 공부했다.

“버즈피드(Buzzfeed) 같은 회사들은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디지털 비전이 확실해요. 이 비전은 영토싸움이나 오래된 전통상품에 묶여 있지 않죠.”

뉴욕타임스가 2014년에 낸 혁신보고서에 있는 워딩이다. 이 혁신보고서는 당시 모든 언론사들이 바이블처럼 연구하고 베끼던 것이었다. 버즈피드가 좋다고 말한 저 사람은 다름 아닌 뉴욕타임스에서 일하다 떠난 사람이다. 혁신보고서에서 그들이 왜 떠났는지 하나하나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는 한 두명의 언론인들이 떠나도 흔들릴 회사가 아니지만, 재능 있는 디지털 동료가 떠나면 그 영향은 훨씬 파괴적이다. 디지털 분야의 직원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8년이 흐른 지금, 뉴욕타임스는 언론사 디지털 전환의 최강자로 우뚝 섰고, 버즈피드는 뉴스를 없앴다. 저 인터뷰를 한 사람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할까?

미디어를 디지털 시대로 이끈 버즈피드 뉴스가 문을 닫다 : 뉴욕타임스 기사

버즈피드가 망한 이유를 요약하면 3가지.

  • 수익성 낮은 디지털 광고에 의존
  • 소셜미디어 유입 트래픽 기복
  • 잘 나갈 때 채용한 비싼 인력들

결국은 지속적이고 탄탄한 수익 모델이 부족했던 것이다. 사용자가 전세계 1등이었는데도 말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소셜미디어가 그들의 운명을 좌우했다는 것이다. 2010년대 모두가 열성적으로 이용한 페이스북은 2018년 뉴스사의 포스팅보다 친구들의 포스팅을 우선적으로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알고리듬을 변경했다. 이게 치명적이었다. 우리 회사도 이때 타격이 컸고, 현재까지도 페북을 통해선 의미있는 유입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주 수입원이다? 그때부터 돈이 타들어간다. 버즈피드와 유사한, 복스(Vox) 같은 많은 뉴 미디어들이 죽어나갔고, 이제야 버즈피드는 본인의 순서를 맞은 것이다.

이 순간 미디어가 해야할 일은 자명하다. 뉴욕타임스 기사를 인용하면 “focus on developing multiple ways to make money”, 돈을 벌 ‘다양한’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스타TV 같은 콘텐츠 만들 수 있을까

근래 즐겨보는 유튜브 ‘이스타TV’에서 인상적인 영상이 하나 있었다. 아래 영상이다.

이스타TV 멤버인 임형철이 월드컵 정리 콘텐츠를 짜는데 정리가 안 된다며 회사 동료들을 찾아가 의견을 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의견을 구하는 게 아니라 말을 쏟아낸다. 들어주던 동료들은 귀에서 피가 난다. 이것 자체가 콘텐츠인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 전체 정리 콘텐츠.

내용 구성의 기발함, 잘 살린 캐릭터에 무릎을 탁 쳤다. 월드컵 전체를 정리한다면 얼마나 지루한가. A조에서 H조까지 조별리그는 반복되고, 토너먼트도 모든 경기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전 경기를 되돌아보게 된다. 간간히 나오는 출연자들의 발연기가 어색하긴 하지만.

얘기를 끝까지 못 듣고 연차를 써버리고 만 동료(…)

이것만 봐도 이스타TV는 굉장히 잘 한다. 전달 방식만 살짝 바꿔 지루한 콘텐츠를 재밌게 만든다. 아래는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월드컵 정리를 이렇게 풀어낸다고?
와 이거 기획한 요원은 천재다
임형철때문이라도 볼 수밖에 없네 진짜

그런데 이걸 기획한 사람이 천재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럿이 모여 머리를 싸맨 결과인 것이다. 출연진들도 여럿, 필요한 장면도 여럿… 혼자만의 머리싸맴이 아닌 집단이 아이디어를 모아 기발하게 풀어낸 거다.

이스타TV 콘텐츠를 보면 유연하고 실용적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축구 얘기를 빠르게 내보낸다. 양도 많다. 기계로 찍어내는 수준. 하루에 6~7개가 올라오는데 영상 편집은 최대한 단순하게 한다. PPT를 넘기거나, 실시간 중계를 따오거나 여럿이 모여 떠드는 등 단순한 포맷.

하지만 내용은 알차다. 디 애슬래틱 등 스포츠 외신도 가장 발빠르게 전달한다. 출연진들이 축구 해설진이다보니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도 풍성하고 썰 풀기도 수월하다. 그밖에 축구를 활용한 퀴즈쇼, 페이크 다큐, 팟캐스트 등도 흥미를 끈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이런 게 콘텐츠지 하는 감탄이 나온다.

이스타TV의 두 대표 이주헌, 박종윤

난 이스타TV가 올드(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뉴미디어라는 말도 사실 올드하다. 더이상 새로운 미디어가 아닌 이미 친숙하고 거대한 미디어다. 어쨌든 레거시와 대비해보면 이들은 유연하고 알차다.

실용적이고 겉치레가 없다. 필요한 걸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1차원적인 재미도 있다. 욕도 하고 야한 농담도 한다. 근데 그게 보는 이들에겐 더 와닿는 법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렇게 가열차게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러니 잘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레거시 미디어가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고상한 우리가 이렇게 꼭 해야돼?’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