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아일랜드 모먼트와 자동 깜빡이 모먼트

지금은 많이들 익숙해졌겠지만 아이폰의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직까진 어찌할 수 없는 노치를 저런 식으로 활용하다니. 저게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상용화된 서비스로 나오다니! 이때의 충격을 ‘다이내믹 아일랜드 모먼트’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여러 가지 신기술들이 소개되어 왔지만, 이 정도의 놀라움이 몇번이나 있었을까 싶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로 인해 현재 백그라운드에서 어떤 앱이 어떻게 구동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수월해졌다. 게다가 길게 누르면 아일랜드가 커져 조작하기 편하고, 짧게 누르면 바로 그 앱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편의성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 곧 15 시리즈가 나오겠지만 14프로를 계속 사용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것 같은 이유.

이런 상상이 된다. 애플엔 애플 제품을 정말 사랑하고 소비자가 무얼 원하는지 세밀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그리고 그들은 이 제품과 서비스, 소프트웨어에 몰두해 아이디어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가두지 않고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 결과 나중에 노치가 없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되더라도 다이내믹 아일랜드만은 살아남아서 수많은 써드파티 앱들도 사용하는 범용적인 서비스가 되리라는 예상이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험은 테슬라를 몰면서도 있었다. 찾아보니 때는 2022년 12월이었다. 테슬라는 OTA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해줄 수 있는데, 마치 최신 iOS로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즐기듯, 차에서도 새로운 UI와 기술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업데이트 때마다 새로울 수는 없었다. 남들에겐 좋아도 내 입맛엔 맞지 않는, 나에게 너무나도 반가운 기능도 다른 이들에겐 그저 그런 것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달랐다. 대부분이 새로운 기능을 반겼고 환호했다. 난 이걸 ‘자동 깜박이 모먼트’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나는 모델Y를 몰고 있는데, 차선 변경을 하기 위해 깜박이를 켜면 항상 불편했던 것이 있었다. 테슬라는 깜박이 레버를 짧게 움직이면 3번 깜박였다가 꺼지고, 길게 움직이면 끄는 조작을 하지 않는 한 계속 깜박이가 유지된다. 좌우 회전을 할 땐 길게 깜박이를 켜도 상관 없는데, 차선 변경을 할 땐 길게 했다간 다시 끄는 조작을 해야 하니 불편했다. 짧게 내리면 3번만 깜박이기 때문에 차선 변경을 하는 도중에 대부분 꺼지곤 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이런 여론(?)이 있었다. “타사처럼 3번, 5번, 7번을 조절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3번을 5번으로만 바꿔줘도 좋겠다” 등등.. 나도 5번만 깜박여도 딱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테슬라와 같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유롭게 하드웨어를 조절할 수 있는 회사라면 이건 어렵지 않을텐데, 희한하게 이 깜박이 기능은 개선되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게 OTA로 업데이트 된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말이다.

깜박이를 길게 누르는 건 업데이트 전과 방식이 같다. 대신 짧게 누를 때는 깜박이가 계속 지속되다가 차선이 변경되거나 좌우회전을 마쳤을 때 자동으로 깜박이가 꺼지는 옵션을 제공한 것이다. 5번만 깜박여도 좋을 것 같다는 내 바람은 우스운 것이 되어버렸다. 배고프니 빵이라도 하나 달라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7첩 반상을 대접받은 느낌? 사소하지만 정말로 혁신적이며 현재까지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이 기능에 정말 충격적으로 매료됐었다. 역시 완전 자율주행을 고민하는 회사는 깜박이 기능도 차원이 다르구나!

애플의 아이폰 15 발표를 한 주 앞두고, 지난 1년 동안 두 번의 모먼트가 불현듯 생각나 끄적여봤다. 앞으로도 이러한 모먼트를 계속 경험해 줄 두 회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완벽한 이어폰, 에어팟 프로 사용기

지디넷에서 에어팟 프로, 소니, 자브라, 보스, 젠하이저, 아마존 등 무선 에어버즈들을 비교한 글이 있었다. 상세한 리뷰는 아니지만, 현재 나와있는 제품들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에어팟 프로의 배터리는 보통 수준이다. 재생시간이 4시간 반 정도 되고, 노이즈 캔슬링이나 트랜스패런시 기능을 끄면 최대 5시간까지 들을 수 있다. 노이즈 캔슬링 부문에선 소니의 WF-1000XM3와 함께 가장 좋은 평을 받았다. 아쉬운 건 외부 소음을 수용할 수 있는 트랜스패런시 기능에 대해선 별 설명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실제 에어팟을 구매해서 써보니 트랜스패런시가 난 더 만족스러웠다. 아래부터는 실제 써본 후기

에어팟 프로

강추 기능 1. 트랜스패런시

에어팟 프로는 커널형이다. 오픈형인 에어팟 1,2세대와 비교해 확실히 귀에 착 들어가고 막히는 느낌이 있다. 디자인도 귀에 잘 밀착되게 돼있어서 웬만해선 빠지지 않는다. 미끄럽고 가벼워서 잘 빠지는 이전 세대 에어팟과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물론 오픈형의 장점도 있다. 심플하고 가볍다. 그리고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지 않아, 길을 걸을 때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게 한다든지 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업무 중에도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로 얘기할 때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어팟 프로는 커널형이면서도 오픈형의 장점을 잘 살렸다. 트랜드패런시(주변음 허용)라는 기능이 들어있는데, 주변의 소리를 외부 마이크로 인지해 귀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써보면 이어폰 착용감은 있지만 오픈형 에어팟을 쓰는 것처럼 외부 소리가 잘 들린다.

노이즈 캔슬링에 비해 부각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정말 괜찮다. 오히려 이것 때문에 더 에어팟 프로를 사야할 정도다. 소음이 적은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오픈형 이어폰을 써야할 이유가 많이 사라졌다

에어팟 프로
에어팟 프로

강추 기능 2. 노이즈 캔슬링

노이즈 캔슬링은 말할 것도 없이 좋다. 모드로 전환되면 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주변 소리가 후욱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면 귀가 먹먹해지면서 주변 소음이 덜 들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에 대해선 여러 리뷰들이 많다. 무선 이어폰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성능이라는 평이 대체적이었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모든 소음, 특히 고음의 소음을 다 걸러주진 않지만 중저음의 소음은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게 잡아준다. 대중교통을 탈 때 또는 자차를 탈 때 들리는 대부분의 소음이 사라져 작은 음량에서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

IT기기를 리뷰하는 언더케이지에서 어제 전문 리뷰를 내놨는데, ‘역사상 가장 완벽한 무선 이어폰’이라는 극찬을 내놨다. 해당 리뷰어는 에어팟 프로를 7개 사 사용을 해봤다고 한다. 그중 놀라운 건, 7개 중에 (하드웨어적으로) 불량품도 있었는데 에어팟의 적응형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최적화하면서 정상으로 되돌려놓는다는 거다. 에어팟 프로를 고민하고 있다면 영상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안드로이드에선 사용이 어렵다?

현재 갤럭시S10을 쓰고 있는데, 에어팟을 사용할 때 불편한 건 1~2가지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는 에어팟의 이름을 바꿀 수 없다는 것. 반드시 아이폰과 페어링한 후 설정에서 변경이 가능하다. 최초 1회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건 없다.

에어팟 프로에서 다른 하나는, 노이즈 캔슬링-트랜스패런시-기능 오프 간의 전환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아이폰에선 설정 화면에서 쉽게 변경이 가능한데 안드로이드에선 그렇지 않으니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이건 의외로 적응이 쉬웠다. 디테일의 변태답게 애플은 미리 다 준비해놓으셨다. 에어팟 프로의 터치바를 길게 누르면 모드가 전환이 되는데, 모드마다 전환음이 다르다. 노이즈 캔슬링은 띵~ 하는 효과음, 트랜스패런시는 띠링~, 기능을 오프할 땐 뚱~ 하는 효과음이 난다. 사용 초기에야 뭐가 뭔지 헷갈리지만, 몇번 써보면 금방 적응된다. 굳이 아이폰의 설정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되니 전혀 불편하지 않다. (다만, 3가지 모드에 대한 설정은 최초에 아이폰에서 해주어야 한다. 기기를 사면 오프를 제외한 2가지만 설정이 돼있다.

에어팟 프로와 에어팟 1세대
에어팟 프로와 에어팟 1세대

이제껏 에어팟을 써오면서…

에어팟 1세대를 2017년 초에 사서 3년여간 써왔다. 에어팟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가 산 전자기기를 통틀어 가장 맘에 들었다. 가성비도 좋았다. 20만원을 주고 샀지만, 출퇴근+운동 등 하루 2시간 이상은 매일 썼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얼마전 에어팟 프로가 나왔지만 크게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나의 에어팟이 나이가 들었다. 치명적으로, 배터리 수명이 급격하게 짧아져 재생 시간이 1시간이 지나면 똑 떨어지게 됐다. 더 나이가 들면 폐기처분을 할까하다가 출퇴근 중에도 운동 중에도 툭 꺼지는 걸 몇번 경험하니 사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프로로 갈아타게 됐다.

갤럭시를 쓰고 있으니 약간의 거슬리는 부분도 있긴 하다. 연결이 끊긴다든지, 연결은 돼있는데 순간적으로 소리가 안 들린다든지 하는 게 가끔 있다. 1세대도 그렇고 프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건 태생적인 한계라고 인정하면 마음이 편하다. 대부분의 사용 경험에서 에어팟 프로는 놀라운 만족감을 선사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에어팟 프로를 사고 싶은 분들은 여기 링크로 들어가서 구입하면 좋다. 나는 비록 정가에 샀지만, 쿠팡에서 사면 6% 할인된 금액에 무려 바로 내일 받아볼 수 있다. (저 링크로 들어가 구입하면 제가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에어팟 프로를 사면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될 거다.

잡스 형만 짱인 줄 알았더니 팀 형도 짱이었다.

** 2020. 3. 12. 업뎃
애플에서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과 트랜스패런시 모드를 잘 보여주는 영상을 하나 업로드했다. 재밌어서 추가함

https://www.youtube.com/watch?v=gy80ytx9KjM

애플 4분기 실적: 에어팟과 애플워치가 애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애플이 어제 19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주가는 더 올랐고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 중이다. 숫자들을 대략 정리하면,

  • 4분기 매출 918억 달러(108조원)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한 수치며 사상 최고치
  • 순이익은 222억 달러로 같은 기간 11.4% 상승
  • 주당순이익(EPS)은 4.99달러로 컨센서스인 4.54달러를 상회했으며, 이또한 사상 최고치
  • 아이폰 매출 5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
  • 앱스토어, 섭스크립션 등 서비스 매출 127억 달러로 같은 기간 17% 상승
  •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포함한 세일즈 매출이 37% 늘어난 100억 달러.

애플의 실적 리포트 / NYT 기사

인상적인 포인트는 2개였다.

먼저는 아이폰11이 잘 팔려 전체 아이폰 매출을 늘렸다는 거다. 디자인이 공개되면서 인덕션으로 놀림받던 아이폰11이 오히려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처음엔 나도 저건 잘 안 팔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나 둘 쓰면서 만족하는 걸 보니 역시 애플은 애플이라는 걸 체감했다.

아이폰11

그러고보면 신형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비아냥이 꼭 있었다. 아이폰4에서 5로 넘어갈 때도 길이만 길어져서 나중엔 검처럼 쭉 길어질 것이라느니, 노치 디자인이 나왔을 때도 M자 탈모형 같다느니 비난했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모두가 그 디자인을 따라하고 있다. 이런 게 애플의 저력인 듯.

다시 돌아와서 인상적인 다른 포인트를 꼽자면 웨어러블 기기가 잘 팔린다는 것이다. 애플워치와 에어팟이 대표적. 2~3년 전만 해도 이런 걸 사용하면 다소 긱(geek)스럽게 봤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에어팟이 특히 그런데, 요새 지하철을 타면 이어폰을 쓰는 사람의 1/3 이상은 에어팟을 꼽고 있다. 차이팟 같은 제품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은 콩나물 모양의 무선 이어폰을 쓴다.

에어팟, 정말 편하다. 난 2017년 초에 1세대 에어팟을 샀다. 당시엔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그 누구도 끼고 다니지 않았다. 에어팟 또한 인덕션 아이폰처럼 디자인적으로 비난이 많았었던 시기다. 그런데 난 에어팟이 정말 혁신적이라고 생각했다. airbuds로 통칭되는, wireless 블루투스 이어폰이 당시에도 몇개 있었는데, 대부분 크리티컬한 단점이 하나씩 있었다. 영상 플레이할 때 음성이 딜레이가 생긴다든지, 블루투스 연결이 잘 끊긴다든지, 통화할 때 보이스 음질이 너무 안 좋다든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어팟은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해결했고, 거기에 케이스에서 빼기만 하면 자동으로 페어링이 됐다(당시 다른 에어버즈들은 꼭 전원 버튼을 눌러 페어링을 시켜야했다). 20만원을 주고 샀지만, 비싸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번도 없을 만큼 유용하게 써왔다. 심지어 지금도 쓰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추가된 에어팟 프로는 30만원 초중반의 가격대인데도 물량이 없어 못판다고 한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다른 이어폰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좋다는 리뷰도 많다. 애플이 작정한 것 같다.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는 써보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갤럭시 워치를 쓰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워치의 유용함을 잘 안다. 고가의 시계가 필요 없다. 전화와 문자 알림, 아침 알람 기능처럼 기본적인 기능이 일단 좋고, 간단한 톡 대화나 날씨나 일정 체크 등을 할 수 있어 편하다. 개인적으론 수면나 걸음량은 확인을 잘 안 하는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더 플러스 요인이 될 거다. 요즘 스마트워치는 방수 방진도 잘 돼있고 튼튼해서 전천후(?) 느낌도 난다. 웨어러블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애플 워치가 선두 그룹에 있는 건 분명한 팩트.

여러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다가 이런 걸 봤다. 블룸버그의 칼럼이다. 제목은 ‘애플은 웨어러블의 족쇄를 풀어줘라’. 애플 생태계에서만 쓸 수 있게 하지 말고 가령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도 애플 워치를 쓸 수 있게 해줘라, 하는 내용이다.

블룸버그 필자는 과거 케이스에서 교훈을 찾는다. 주인공은 아이팟. 아이팟이 처음 출시됐을 때는 맥 유저만 사용할 수 있었다. 판매량이 그닥 많지 않았었는데, 2002년 윈도우 버전으로도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4년에는 맥 판매량을 추월했다. 싸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좀더 보면 2004년 이후에 아이팟이 대량으로 팔리면서 덩달아 맥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명확히 보인다.

ⓒ 블룸버그

당시 애플의 CFO였던 프레드 앤더슨은 이를 예측했다. 그가 한말.

(If) they love the experience of not only our music store, but our iPod, then they may the next time they decide to buy a second or third computer for their home, they may decide to buy Mac.

(만약) 사람들이 우리의 뮤직 스토어 뿐만 아니라 아이팟의 경험을 좋아한다면, 그들은 집에서 쓸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PC를 사려고 할 때, Mac을 사기로 결정할 것이다.

아이폰은 이러한 아이팟 성공의 결과물일 수 있다. 아이팟으로 인해 아이튠즈나 맥의 생태계가 더 확장됐고 필연적으로 아이폰이 나왔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 그렇다면 2020년대를 맞이한 애플이 또다른 ‘아이폰 신화’를 쓰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할까? 블룸버그 칼럼은 새로운 아이팟의 역할을 에어팟와 애플워치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에어팟은 안드로이드에서의 사용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부족하다. 기능적으로도 그렇고, 블루투스도 최적화돼있지 않아 아이폰 연결에 비해 종종 끊긴다. 해답은 간단. 애플에서 안드로이드용 앱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최적화 셋팅을 해주면 된다.

애플워치는 더욱이 안드로이드에서 사용이 불가하다. 아이폰6s 이상의 최신 버전의 iOS 폰에서만 작동한다. 이를 풀어주면 어떨까? 아이폰 판매가 줄어들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애플워치 때문에 다음 번 스마트폰을 살 때 아이폰으로 바꾸려고 할 수도 있다.

순수 애플유저는 이에 반대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 칼럼은 애플 생태계를 벗어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고 주장한다.

Apple purists would argue that it’s precisely this tight integration with the iPhone that makes wearables such as Apple Watch and AirPods such valuable products. That’s true, but capping your potential audience to just 15% of the global smartphone market is a pretty shortsighted way of making the point especially when there’s so much revenue to be had from non-hardware services. 

순수 애플 유저들은 아이폰과의 타이트한 결합이 애플워치와 에어팟과 같은 웨어러블의 가치를 높이는 명확한 방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애플의 잠재 고객들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5%에 국한시키는 건, 특히 비하드웨어 서비스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수익이 있다는 걸 고려했을 때 매우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나도 이 주장에 매우 동감한다. 개인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난 앱을 사거나 인앱결제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돈을 지불해서 쓸만한 대단한 기능들을 아직 잘 보지 못했기 때문. 그나마 유료로 사서 쓰는 건 카톡 이모티콘 정도? 그런데 최근에 두번이나 유료 결제를 한 게 있었는데 바로 갤럭시 워치 배경화면이었다. 워치를 계속 차고 다니니 매번 보는 배경화면이 질려서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기본 제공 화면을 돌려쓰는 건 한계도 있고 이쁘지도 않아서 유료로 몇개 질렀다. 소액이긴 하지만 이런 곳에 돈을 잘 안 쓰는 성향이라 스스로도 신기했다.

내가 안드로이드 유저인데 애플워치를 쓴다면 앱스토어에서 배경화면을 사서 쓸 유인이 된다. 이러한 앱스토어 매출은 서비스 매출로 들어가고 현재는 전체 애플 매출의 10%대를 차지한다. 웨어러블을 필두로 해 앱스토어가 일정 부분 개방되면 1) 이런 서비스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가능하고 2) 더 나아가 아이폰 등 다른 애플 기기를 사게될 확률도 높아진다.

애플은 앞으로 확장을 추구할까? 생태계 공고화를 추구할까? 전자로 가면 난 기꺼이 애플의 주주가 될 것 같다.

스타일러스가 왜 필요하냐던 잡스 vs 기울기까지 인식하는 애플 펜슬 선보인 팀 쿡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발표할 때 잡수 형님은 누가 스타일러스를 쓰냐?(Who wants a stylus?) 라고 했다. 당시 스타일러스가 내장된 삼성 햅틱 시리즈를 겨냥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무튼 잡스는 사람의 손가락이 가장 좋은 ‘터치 디바이스’라면서 애플의 뛰어난 멀티터치 등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세월이 8년이 흘러 잡스도 저세상 사람이 되고 스마트폰 시장도 포화상태가 됐다. 이번에 아이폰6S와 함께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한 팀 쿡은 이제 잡스와 영영 빠이빠이를 할 것 같이 스타일러스를 들고 나왔다. 애플펜슬. 압력 조절은 물론 기울기까지 인식 가능해 실제 필기도구 같은 느낌을 살렸다고 한다. 펜슬 끝이 뾰족해 일반 스타일러스보다 필기감도 좋아 보인다.

팀 쿡 체제로 들어선 애플은 그간 iOS의 변화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성,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CEO 입장에서는 전임자의 그림자가 너무 짙은 걸 우려할는지도 모른다.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 자신의 입지가 견고해지므로 일부러 새로운 걸 계속 나타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스타일러스를 필요로 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평가도 있다. 점점 스마트 기기가 고급화 되어가는 추세. 이번 패드 프로만 봐도 와콤 태블릿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는데, 한 기기로 이것저것을 다 쓰고 싶어하는 전문가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손은 패드에 댄 상태로 스타일러스를 쓰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라고 한다. 최대한 노트에 쓰듯이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 애플도 많이 신경을 썼을 것이다.

그렇지만 애플이 그간 환호받았던 건 우수한 기술력, 감각적인 디자인 때문만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들은 다른 이들이 하지 못했던 걸 해왔고, 한발 아니면 두발 세상을 앞서 트렌드를 주도해 왔던 것이다. 리디자인, 리포메이션, 레볼루션. 이는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는데, 그렇기에 CEO이자 리더였던 잡스의 존재감은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 컸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봐, 해봤어?”라고 했던 정주영 느낌이랄까. 팀 쿡의 애플은 아직 그 철학이 미미해보인다.

애플은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텔레그래프

모바일 광고는 어떻게 변할까

애플이 이달 발표하기로 한 iOS9에 ‘콘텐츠 블로커’라는 새로운 기능이 얹혀질 전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왜 파장이 예상되느냐? 콘텐츠 블로커는 사파리에 뜨는 모든 디스플레이 광고를 차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점점 광고시장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타는 중인데, 모바일에서조차 광고가 막힌다면 광고주들은 어디로 갈 것이며, 매체사는 어떻게 살 것인가?

iOS9은 쉽게 사파리에서 광고를 차단하는 앱을 설치할 수 있는데, 이 앱은 광고, 사용자들의 정보를 모으는 분석툴(구글 애널리틱스 같은), 그리고 여타 마케팅 도구들을 싸그리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이 기사를 참고하면 광고를 차단했을 때 얼마나 로딩이 빨라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PC에서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지만 모바일에서는, 특히 사파리에서는 체감이 더 큰가 보다.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로딩시간이 많이 줄었다. 광고가 뜰 때 로딩시간이 4~16초 정도까지 걸렸다면, 광고가 차단됐을 경우 아무리 길게 잡아도 4초다. 1초도 안 걸리는 사이트도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앱 하나 더 깔더라도 그게 더 이익이다. TNW 뉴스에서 만든 아래 이미지들을 더 보자.

블룸버그 사이트. 오른쪽이 광고를 차단했을 때.
버지 사이트.

콘텐츠 블로커를 알고 있는 사용자라면, 그 사람이 매우 느긋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 정도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차단앱을 깔지 않을까? 좀 더 쾌적하게 인터넷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기술이 더 강화되고 입소문이 퍼지면 광고주들은 정말 뭐 되는 거 한순간일 듯.

이렇게 되면 구글도 막심한 손해를 입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구글 수익의 대부분이 광고에서부터 나온다고 들었는데, 비록 유튜브나 검색 광고를 빼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도 광고 시스템을 개편하려고 할 것이고. 한 기술이 나오니 또다른 기술이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하는 이 생태계는 참, 엎치락 뒤치락하는 프리미어리그 같달까.

그런데 웃긴 건 구글도 이달 1일부터 플래시 광고를 차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플래시는 전력소모가 심하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모바일 구글 브라우저에서 스탑된 바 있는데, 이제는 광고에 플래시를 안 받겠다는 것이다. 아마존도 마찬가지. 아마존은 구글이나 애플이 플래시를 차단하니 여기에 따른다고. 자연히 다른 기업들도 그렇게 할 것이다.

한때 각광받았던 플래시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이제 한물 가는 거 보면 인생무상이 느껴지면서도 앞으로 또 어떤 기술들이 나와야 하나 싶다. 광고 시장도 많이 변할 것이다. 단순히 배너를 띄우는 광고 마케팅은 이제 간당간당해 보인다. 현재 네이티브 애드가 어느 정도 대안으로 나와있지만, 아직 갸우뚱하다. 하지만 광고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같다. 광고가 재미와 정보를 담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스토리와 시사적인 맥락도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막상 애플이 새로운 iOS를 발표하면서부터 업계에서는 비상이 떨어질텐데, 해답이 묘연한 여기도 단지 눈만 꿈벅꿈벅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