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이어폰, 에어팟 프로 사용기

지디넷에서 에어팟 프로, 소니, 자브라, 보스, 젠하이저, 아마존 등 무선 에어버즈들을 비교한 글이 있었다. 상세한 리뷰는 아니지만, 현재 나와있는 제품들에 대해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에어팟 프로의 배터리는 보통 수준이다. 재생시간이 4시간 반 정도 되고, 노이즈 캔슬링이나 트랜스패런시 기능을 끄면 최대 5시간까지 들을 수 있다. 노이즈 캔슬링 부문에선 소니의 WF-1000XM3와 함께 가장 좋은 평을 받았다. 아쉬운 건 외부 소음을 수용할 수 있는 트랜스패런시 기능에 대해선 별 설명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실제 에어팟을 구매해서 써보니 트랜스패런시가 난 더 만족스러웠다. 아래부터는 실제 써본 후기

에어팟 프로

강추 기능 1. 트랜스패런시

에어팟 프로는 커널형이다. 오픈형인 에어팟 1,2세대와 비교해 확실히 귀에 착 들어가고 막히는 느낌이 있다. 디자인도 귀에 잘 밀착되게 돼있어서 웬만해선 빠지지 않는다. 미끄럽고 가벼워서 잘 빠지는 이전 세대 에어팟과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물론 오픈형의 장점도 있다. 심플하고 가볍다. 그리고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지 않아, 길을 걸을 때 위험한 상황을 방지하게 한다든지 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업무 중에도 에어팟을 끼고 일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로 얘기할 때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어팟 프로는 커널형이면서도 오픈형의 장점을 잘 살렸다. 트랜드패런시(주변음 허용)라는 기능이 들어있는데, 주변의 소리를 외부 마이크로 인지해 귀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써보면 이어폰 착용감은 있지만 오픈형 에어팟을 쓰는 것처럼 외부 소리가 잘 들린다.

노이즈 캔슬링에 비해 부각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정말 괜찮다. 오히려 이것 때문에 더 에어팟 프로를 사야할 정도다. 소음이 적은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오픈형 이어폰을 써야할 이유가 많이 사라졌다

에어팟 프로
에어팟 프로

강추 기능 2. 노이즈 캔슬링

노이즈 캔슬링은 말할 것도 없이 좋다. 모드로 전환되면 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주변 소리가 후욱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면 귀가 먹먹해지면서 주변 소음이 덜 들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에 대해선 여러 리뷰들이 많다. 무선 이어폰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성능이라는 평이 대체적이었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모든 소음, 특히 고음의 소음을 다 걸러주진 않지만 중저음의 소음은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게 잡아준다. 대중교통을 탈 때 또는 자차를 탈 때 들리는 대부분의 소음이 사라져 작은 음량에서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

IT기기를 리뷰하는 언더케이지에서 어제 전문 리뷰를 내놨는데, ‘역사상 가장 완벽한 무선 이어폰’이라는 극찬을 내놨다. 해당 리뷰어는 에어팟 프로를 7개 사 사용을 해봤다고 한다. 그중 놀라운 건, 7개 중에 (하드웨어적으로) 불량품도 있었는데 에어팟의 적응형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최적화하면서 정상으로 되돌려놓는다는 거다. 에어팟 프로를 고민하고 있다면 영상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안드로이드에선 사용이 어렵다?

현재 갤럭시S10을 쓰고 있는데, 에어팟을 사용할 때 불편한 건 1~2가지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는 에어팟의 이름을 바꿀 수 없다는 것. 반드시 아이폰과 페어링한 후 설정에서 변경이 가능하다. 최초 1회만 하면 되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건 없다.

에어팟 프로에서 다른 하나는, 노이즈 캔슬링-트랜스패런시-기능 오프 간의 전환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아이폰에선 설정 화면에서 쉽게 변경이 가능한데 안드로이드에선 그렇지 않으니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이건 의외로 적응이 쉬웠다. 디테일의 변태답게 애플은 미리 다 준비해놓으셨다. 에어팟 프로의 터치바를 길게 누르면 모드가 전환이 되는데, 모드마다 전환음이 다르다. 노이즈 캔슬링은 띵~ 하는 효과음, 트랜스패런시는 띠링~, 기능을 오프할 땐 뚱~ 하는 효과음이 난다. 사용 초기에야 뭐가 뭔지 헷갈리지만, 몇번 써보면 금방 적응된다. 굳이 아이폰의 설정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되니 전혀 불편하지 않다. (다만, 3가지 모드에 대한 설정은 최초에 아이폰에서 해주어야 한다. 기기를 사면 오프를 제외한 2가지만 설정이 돼있다.

에어팟 프로와 에어팟 1세대
에어팟 프로와 에어팟 1세대

이제껏 에어팟을 써오면서…

에어팟 1세대를 2017년 초에 사서 3년여간 써왔다. 에어팟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가 산 전자기기를 통틀어 가장 맘에 들었다. 가성비도 좋았다. 20만원을 주고 샀지만, 출퇴근+운동 등 하루 2시간 이상은 매일 썼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얼마전 에어팟 프로가 나왔지만 크게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나의 에어팟이 나이가 들었다. 치명적으로, 배터리 수명이 급격하게 짧아져 재생 시간이 1시간이 지나면 똑 떨어지게 됐다. 더 나이가 들면 폐기처분을 할까하다가 출퇴근 중에도 운동 중에도 툭 꺼지는 걸 몇번 경험하니 사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프로로 갈아타게 됐다.

갤럭시를 쓰고 있으니 약간의 거슬리는 부분도 있긴 하다. 연결이 끊긴다든지, 연결은 돼있는데 순간적으로 소리가 안 들린다든지 하는 게 가끔 있다. 1세대도 그렇고 프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건 태생적인 한계라고 인정하면 마음이 편하다. 대부분의 사용 경험에서 에어팟 프로는 놀라운 만족감을 선사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에어팟 프로를 사고 싶은 분들은 여기 링크로 들어가서 구입하면 좋다. 나는 비록 정가에 샀지만, 쿠팡에서 사면 6% 할인된 금액에 무려 바로 내일 받아볼 수 있다. (저 링크로 들어가 구입하면 제가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에어팟 프로를 사면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될 거다.

잡스 형만 짱인 줄 알았더니 팀 형도 짱이었다.

** 2020. 3. 12. 업뎃
애플에서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과 트랜스패런시 모드를 잘 보여주는 영상을 하나 업로드했다. 재밌어서 추가함

https://www.youtube.com/watch?v=gy80ytx9KjM

애플 4분기 실적: 에어팟과 애플워치가 애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애플이 어제 19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주가는 더 올랐고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 중이다. 숫자들을 대략 정리하면,

  • 4분기 매출 918억 달러(108조원)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한 수치며 사상 최고치
  • 순이익은 222억 달러로 같은 기간 11.4% 상승
  • 주당순이익(EPS)은 4.99달러로 컨센서스인 4.54달러를 상회했으며, 이또한 사상 최고치
  • 아이폰 매출 5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
  • 앱스토어, 섭스크립션 등 서비스 매출 127억 달러로 같은 기간 17% 상승
  •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포함한 세일즈 매출이 37% 늘어난 100억 달러.

애플의 실적 리포트 / NYT 기사

인상적인 포인트는 2개였다.

먼저는 아이폰11이 잘 팔려 전체 아이폰 매출을 늘렸다는 거다. 디자인이 공개되면서 인덕션으로 놀림받던 아이폰11이 오히려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처음엔 나도 저건 잘 안 팔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나 둘 쓰면서 만족하는 걸 보니 역시 애플은 애플이라는 걸 체감했다.

아이폰11

그러고보면 신형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비아냥이 꼭 있었다. 아이폰4에서 5로 넘어갈 때도 길이만 길어져서 나중엔 검처럼 쭉 길어질 것이라느니, 노치 디자인이 나왔을 때도 M자 탈모형 같다느니 비난했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모두가 그 디자인을 따라하고 있다. 이런 게 애플의 저력인 듯.

다시 돌아와서 인상적인 다른 포인트를 꼽자면 웨어러블 기기가 잘 팔린다는 것이다. 애플워치와 에어팟이 대표적. 2~3년 전만 해도 이런 걸 사용하면 다소 긱(geek)스럽게 봤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에어팟이 특히 그런데, 요새 지하철을 타면 이어폰을 쓰는 사람의 1/3 이상은 에어팟을 꼽고 있다. 차이팟 같은 제품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은 콩나물 모양의 무선 이어폰을 쓴다.

에어팟, 정말 편하다. 난 2017년 초에 1세대 에어팟을 샀다. 당시엔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그 누구도 끼고 다니지 않았다. 에어팟 또한 인덕션 아이폰처럼 디자인적으로 비난이 많았었던 시기다. 그런데 난 에어팟이 정말 혁신적이라고 생각했다. airbuds로 통칭되는, wireless 블루투스 이어폰이 당시에도 몇개 있었는데, 대부분 크리티컬한 단점이 하나씩 있었다. 영상 플레이할 때 음성이 딜레이가 생긴다든지, 블루투스 연결이 잘 끊긴다든지, 통화할 때 보이스 음질이 너무 안 좋다든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어팟은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해결했고, 거기에 케이스에서 빼기만 하면 자동으로 페어링이 됐다(당시 다른 에어버즈들은 꼭 전원 버튼을 눌러 페어링을 시켜야했다). 20만원을 주고 샀지만, 비싸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번도 없을 만큼 유용하게 써왔다. 심지어 지금도 쓰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추가된 에어팟 프로는 30만원 초중반의 가격대인데도 물량이 없어 못판다고 한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다른 이어폰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좋다는 리뷰도 많다. 애플이 작정한 것 같다.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는 써보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갤럭시 워치를 쓰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워치의 유용함을 잘 안다. 고가의 시계가 필요 없다. 전화와 문자 알림, 아침 알람 기능처럼 기본적인 기능이 일단 좋고, 간단한 톡 대화나 날씨나 일정 체크 등을 할 수 있어 편하다. 개인적으론 수면나 걸음량은 확인을 잘 안 하는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더 플러스 요인이 될 거다. 요즘 스마트워치는 방수 방진도 잘 돼있고 튼튼해서 전천후(?) 느낌도 난다. 웨어러블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애플 워치가 선두 그룹에 있는 건 분명한 팩트.

여러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다가 이런 걸 봤다. 블룸버그의 칼럼이다. 제목은 ‘애플은 웨어러블의 족쇄를 풀어줘라’. 애플 생태계에서만 쓸 수 있게 하지 말고 가령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도 애플 워치를 쓸 수 있게 해줘라, 하는 내용이다.

블룸버그 필자는 과거 케이스에서 교훈을 찾는다. 주인공은 아이팟. 아이팟이 처음 출시됐을 때는 맥 유저만 사용할 수 있었다. 판매량이 그닥 많지 않았었는데, 2002년 윈도우 버전으로도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4년에는 맥 판매량을 추월했다. 싸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좀더 보면 2004년 이후에 아이팟이 대량으로 팔리면서 덩달아 맥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명확히 보인다.

ⓒ 블룸버그

당시 애플의 CFO였던 프레드 앤더슨은 이를 예측했다. 그가 한말.

(If) they love the experience of not only our music store, but our iPod, then they may the next time they decide to buy a second or third computer for their home, they may decide to buy Mac.

(만약) 사람들이 우리의 뮤직 스토어 뿐만 아니라 아이팟의 경험을 좋아한다면, 그들은 집에서 쓸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PC를 사려고 할 때, Mac을 사기로 결정할 것이다.

아이폰은 이러한 아이팟 성공의 결과물일 수 있다. 아이팟으로 인해 아이튠즈나 맥의 생태계가 더 확장됐고 필연적으로 아이폰이 나왔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 그렇다면 2020년대를 맞이한 애플이 또다른 ‘아이폰 신화’를 쓰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할까? 블룸버그 칼럼은 새로운 아이팟의 역할을 에어팟와 애플워치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에어팟은 안드로이드에서의 사용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부족하다. 기능적으로도 그렇고, 블루투스도 최적화돼있지 않아 아이폰 연결에 비해 종종 끊긴다. 해답은 간단. 애플에서 안드로이드용 앱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최적화 셋팅을 해주면 된다.

애플워치는 더욱이 안드로이드에서 사용이 불가하다. 아이폰6s 이상의 최신 버전의 iOS 폰에서만 작동한다. 이를 풀어주면 어떨까? 아이폰 판매가 줄어들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애플워치 때문에 다음 번 스마트폰을 살 때 아이폰으로 바꾸려고 할 수도 있다.

순수 애플유저는 이에 반대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 칼럼은 애플 생태계를 벗어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고 주장한다.

Apple purists would argue that it’s precisely this tight integration with the iPhone that makes wearables such as Apple Watch and AirPods such valuable products. That’s true, but capping your potential audience to just 15% of the global smartphone market is a pretty shortsighted way of making the point especially when there’s so much revenue to be had from non-hardware services. 

순수 애플 유저들은 아이폰과의 타이트한 결합이 애플워치와 에어팟과 같은 웨어러블의 가치를 높이는 명확한 방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애플의 잠재 고객들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5%에 국한시키는 건, 특히 비하드웨어 서비스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수익이 있다는 걸 고려했을 때 매우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나도 이 주장에 매우 동감한다. 개인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난 앱을 사거나 인앱결제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돈을 지불해서 쓸만한 대단한 기능들을 아직 잘 보지 못했기 때문. 그나마 유료로 사서 쓰는 건 카톡 이모티콘 정도? 그런데 최근에 두번이나 유료 결제를 한 게 있었는데 바로 갤럭시 워치 배경화면이었다. 워치를 계속 차고 다니니 매번 보는 배경화면이 질려서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기본 제공 화면을 돌려쓰는 건 한계도 있고 이쁘지도 않아서 유료로 몇개 질렀다. 소액이긴 하지만 이런 곳에 돈을 잘 안 쓰는 성향이라 스스로도 신기했다.

내가 안드로이드 유저인데 애플워치를 쓴다면 앱스토어에서 배경화면을 사서 쓸 유인이 된다. 이러한 앱스토어 매출은 서비스 매출로 들어가고 현재는 전체 애플 매출의 10%대를 차지한다. 웨어러블을 필두로 해 앱스토어가 일정 부분 개방되면 1) 이런 서비스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가능하고 2) 더 나아가 아이폰 등 다른 애플 기기를 사게될 확률도 높아진다.

애플은 앞으로 확장을 추구할까? 생태계 공고화를 추구할까? 전자로 가면 난 기꺼이 애플의 주주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