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아일랜드 모먼트와 자동 깜빡이 모먼트

지금은 많이들 익숙해졌겠지만 아이폰의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직까진 어찌할 수 없는 노치를 저런 식으로 활용하다니. 저게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고 상용화된 서비스로 나오다니! 이때의 충격을 ‘다이내믹 아일랜드 모먼트’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여러 가지 신기술들이 소개되어 왔지만, 이 정도의 놀라움이 몇번이나 있었을까 싶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로 인해 현재 백그라운드에서 어떤 앱이 어떻게 구동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수월해졌다. 게다가 길게 누르면 아일랜드가 커져 조작하기 편하고, 짧게 누르면 바로 그 앱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편의성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 곧 15 시리즈가 나오겠지만 14프로를 계속 사용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것 같은 이유.

이런 상상이 된다. 애플엔 애플 제품을 정말 사랑하고 소비자가 무얼 원하는지 세밀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직원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그리고 그들은 이 제품과 서비스, 소프트웨어에 몰두해 아이디어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가두지 않고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 결과 나중에 노치가 없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되더라도 다이내믹 아일랜드만은 살아남아서 수많은 써드파티 앱들도 사용하는 범용적인 서비스가 되리라는 예상이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경험은 테슬라를 몰면서도 있었다. 찾아보니 때는 2022년 12월이었다. 테슬라는 OTA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해줄 수 있는데, 마치 최신 iOS로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즐기듯, 차에서도 새로운 UI와 기술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업데이트 때마다 새로울 수는 없었다. 남들에겐 좋아도 내 입맛엔 맞지 않는, 나에게 너무나도 반가운 기능도 다른 이들에겐 그저 그런 것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달랐다. 대부분이 새로운 기능을 반겼고 환호했다. 난 이걸 ‘자동 깜박이 모먼트’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나는 모델Y를 몰고 있는데, 차선 변경을 하기 위해 깜박이를 켜면 항상 불편했던 것이 있었다. 테슬라는 깜박이 레버를 짧게 움직이면 3번 깜박였다가 꺼지고, 길게 움직이면 끄는 조작을 하지 않는 한 계속 깜박이가 유지된다. 좌우 회전을 할 땐 길게 깜박이를 켜도 상관 없는데, 차선 변경을 할 땐 길게 했다간 다시 끄는 조작을 해야 하니 불편했다. 짧게 내리면 3번만 깜박이기 때문에 차선 변경을 하는 도중에 대부분 꺼지곤 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이런 여론(?)이 있었다. “타사처럼 3번, 5번, 7번을 조절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3번을 5번으로만 바꿔줘도 좋겠다” 등등.. 나도 5번만 깜박여도 딱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테슬라와 같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유롭게 하드웨어를 조절할 수 있는 회사라면 이건 어렵지 않을텐데, 희한하게 이 깜박이 기능은 개선되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게 OTA로 업데이트 된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말이다.

깜박이를 길게 누르는 건 업데이트 전과 방식이 같다. 대신 짧게 누를 때는 깜박이가 계속 지속되다가 차선이 변경되거나 좌우회전을 마쳤을 때 자동으로 깜박이가 꺼지는 옵션을 제공한 것이다. 5번만 깜박여도 좋을 것 같다는 내 바람은 우스운 것이 되어버렸다. 배고프니 빵이라도 하나 달라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7첩 반상을 대접받은 느낌? 사소하지만 정말로 혁신적이며 현재까지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이 기능에 정말 충격적으로 매료됐었다. 역시 완전 자율주행을 고민하는 회사는 깜박이 기능도 차원이 다르구나!

애플의 아이폰 15 발표를 한 주 앞두고, 지난 1년 동안 두 번의 모먼트가 불현듯 생각나 끄적여봤다. 앞으로도 이러한 모먼트를 계속 경험해 줄 두 회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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