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큰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이번 미국 대선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사건 중 하나는, 워싱턴포스트가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기로 한 일이었다. 이를 두고 WP 내외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미국 언론사들은 종종 사설을 통해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만, WP는 1976년부터 최근까지 (1988년을 제외하고) 매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기에 이번 변화가 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제프 베조스가 WP 편집진이 준비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철회시키면서 시작됐다. WP는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중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이 결정은 언론의 독립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베조스는 이후 “신문의 지지 선언이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매체의 편향성을 드러낼 뿐”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주가 지면을 통해 입장을 발표한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베조스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매체 신뢰성 제고를 위해서”라며 해명했지만, 해리스 지지 사설을 막은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의혹은 여전했다.
베조스가 창립한 항공우주기업 블루오리진 고위 임원이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지 몇시간 뒤 트럼프와 만난 사실이 밝혀지며 그 의혹은 더 짙어졌다. 베조스조차도 매우 적극적으로 트럼프에 고개를 숙인 꼴이 된 것.
전 WP 편집장 마틴 배런은 “이 결정이 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두고 내려진 점, 그리고 편집국의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된 점이 문제”라며 비판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한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은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에 미치는 위협을 간과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만평으로 퓰리처상 수상 경력도 있는 WP의 유명 만화가 앤 텔네이스는 신문의 슬로건 “Democracy Dies in Darkness(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를 풍자하며, 이 사건이 WP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그림을 통해 항의했다. 또한 대선이 끝난 뒤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어디론가 떠나는 The end.라는 만평도 게재했다.
외부에서도 파장은 컸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논란 이후 하루 만에 약 20~25만 명의 WP 독자가 디지털 구독을 해지했다고 한다. 250만 구독자의 10%가 이탈한 셈이다. 매우 큰 타격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WP는 조용히 웃었을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딜이 확실한 트럼프는 WP를 기억할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의 결정과 관련해 더 재밌었던 건, 그의 글과 이 결정을 비판하는 칼럼들이 같은 WP에 함께 실렸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론사 내부에서의 복잡한 권력 역학을 암시하는 한편 자유로운 의견 표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주인 베조스가 WP의 운영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장과 이를 반박하는 목소리가 모두 지면에 실린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WP가 독립성과 편집권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베조스는 단순히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러한 모순된 상황은 언론사의 사주가 어느 정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또 언론의 독립성이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언론에게 자본과 권력은 벗이자 적이다.
지난 글에서 WP의 CMS인 아크를 간단히 소개하고, 조선일보가 이 시스템을 사왔다고 썼는데요. 사실 아크는 포털을 염두에 두고 만든 CMS가 아닙니다. 자체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죠. 다시 말해 WP의 홈페이지를 어떻게 하면 완성도 있게 꾸밀 것인가, WP의 웹 서비스를 매끄럽게 구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외부와도 API 형식으로 연결돼있는 지점들은 있습니다. 구글 검색에 최적화할 수 있는 SEO 영역이라든지, 비디오 센터에 올린 영상을 바로 유튜브에 업로드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점은 자사의 웹사이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이 아크를 도입했을 것입니다. 아크 덕분에 효율성이 올랐다든지 구독 서비스 등 수익화를 한 사례들이 있죠. 아크는 명실상부 전세계에서 가장 큰 CMS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엔 네이버라는 큰 변수가 있었습니다. 아크의 기술력과 완성도가 좋아도 네이버엔 최적화돼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돌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9월 1일 개편한 조선일보 홈페이지
‘네이버 안에서만 놀아라’
하나는, 네이버뉴스의 ‘가두리 정책’입니다. 네이버뉴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기사를 보다가 외부로 빠져나갈 길이 별로 없다는 걸 아는 분들은 많이 않을 겁니다. 관련 뉴스도 네이버에서, 실시간 랭킹도 네이버에서, 동영상도 네이버TV 플레이어로 보게 됩니다. 이건 네이버의 정책이죠.
특히 모바일에선 뉴스를 검색하고 링크를 눌렀을 때 네이버에서만 돌아다니게 됩니다. 언론사 사이트로 아웃링크 되지 않죠. 네이버가 정한 정책입니다. 모바일 트래픽은 다 갖고 가겠다는 얘기죠.
네이버 모바일에서 뉴스 검색을 했을 때, 검색 결과에 뜨는 뉴스를 누르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기사에 하이퍼링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주장으로는 광고성 링크 등으로 잘못 빠져나가는 걸 막으려고 한다지만, 링크가 막혀있기 때문에 기사의 원소스 링크가 달려있어도 독자들은 이를 확인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예 링크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게 되죠.
또한 네이버엔 유튜브 영상을 붙이지 못합니다. 붙이려면 네이버TV 영상을 갖다 붙여야 하죠. 독자들이야 유튜브든 네이버TV든 플레이하면 그만이지만, 언론사 입장에선 영상을 두 곳에다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포스팅도 임베드하지 못해요. 페북의 영상을 따다 붙이면 공백으로 뜨고, 트윗을 넣으면 맥락을 알 수 없는 깨진 텍스트가 나타납니다. 독자들은 소셜미디어의 좋아요나 댓글 등의 인터랙션을 네이버뉴스 기사에서 활용할 수가 없어요. 그냥 캡처된 이미지만 줄창 보게 되죠.
위와 같은 기능들은 아크의 기사 입력기인 ‘컴포저’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깔끔하게 지원해주는데, 왜 유독 기사면에만 허용을 안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심하게는 “이것저것 붙이는 거 관리하기 귀찮으니 걍 심플하게 통일하자”라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아무튼 아크는 이 지점에서 삐걱거립니다.
뭔가 안 맞는 네이버
다른 하나는, 영상과 사진의 전송이 원활하지 않다는 겁니다. 소셜미디어 임베딩이야 그렇다 쳐도, 네이버TV 플레이어만 써야되는 건 그렇다 쳐도, 사진은 잘 보내져야 합니다. 하지만 사진도 어떤 경우엔 포털로 전송이 잘 되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크의 사진 설정엔 다양한 옵션들이 있는데, 이를 회사의 기술팀에서 세밀하게 검토를 하는 중입니다. 포털 전송이 되지 않았을 때 왜 그런지를요. 20~30개가 되는 옵션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네이버에 혹 걸리는 항목이 없는지 봐야 합니다. 네이버라는 좁은 틈 사이로 꾸깃꾸깃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네이버 모바일 ‘언론사편집판’의 모습. 빨간 선으로 표시한 것처럼, 네이버 뉴스 안에 FTP 파일 전송을 통한 네이버TV 플레이어가 삽입돼 있는 경우 저렇게 썸네일에 플레이 마크가 붙는다.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이번 아크 도입으로, 우리의 영상을 비디오 센터의 서버(AWS)로 올리고 이를 네이버TV의 FTP로 전송해 네이버 기사면에도 뜰 수 있도록 셋팅을 했습니다. (다음도 마찬가지.) 그런데 몇몇 경우에는, 조선일보 사이트에선 잘 보이던 영상이 네이버에선 안 보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아예 영상이 붙은 기사가 전송되지도 않습니다. 일부는 해결 방법을 찾았지만, 아직 완성된 매뉴얼은 없는 상황. 네이버에 비해 다음(카카오)에선 뉴스와 영상이 매끄럽게 보입니다. 유독 네이버에서만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가장 크게 신경을 써야하는 건 네이버죠. 독자가 많으니까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네이버TV의 임베드 소스가 아크 상에서 입력이 잘 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크가 기본적으로 소셜링크로 제공하는 영역엔 들어가지도 않고요. html코드로 직접 삽입하면 사이트의 배열이 깨지는 등 오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를 잡겠지만, 일단은 문젯거리입니다. 네이버와 아크는 여러 모로 안 맞는다는 느낌입니다. 현대차에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장착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숙제
워싱턴포스트는 이러한 우리의 고충을 이해할까요? 절대 그렇지 못할 겁니다. 그들에게는 가두리 양식장이 없으니까요.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은 아웃링크 정책을 고수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뉴스를 전하기 좋은 소셜미디어도 아웃링크를 허용합니다. 외국인 독자들이 언론사로 들어가는 길은 한두 단계 정도는 거쳐야 하지만, 적어도 좁은 길은 아닙니다.
그래서 WP는 아크를 사용해 하고 싶은 것을 다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네이버도 신경 써야 하죠. 이건 단순히 하나 신경 써야 하는 걸 두개 신경 써야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곳과 저곳이 충돌날 때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거나 둘을 모두 하향 평준화 시켜야하는 문제입니다.
앞으로 네이버를 선택하느냐, 언론사 단독으로 꿋꿋하게 살아남느냐를 지금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기엔 언론사의 (생존을 위한) 실험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네이버가 주는 이익이 달콤하기도 합니다(전재료, 광고비, 트래픽 등등).
그렇다면 공존을 하면 되지 않느냐? 그건 또 아니라고 봅니다. 네이버 밑에선 조그만 것도 제대로 시도해볼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독립해 맨땅에서 헤딩을 하더라도 부딪혀야 합니다. 아웃스탠딩이 그랬고, 뉴닉이 그랬듯이요. 저는 아크의 도입이 조선일보엔 그러한 의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크’를 도입합니다. 아크는 워싱턴포스트의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인데, 언론사 다니는 사람에겐 ‘집배신’ 시스템으로 친숙할 거예요. 블로거들이 쓰는 워드프레스도 일종의 CMS입니다. 글을 쓸 수 있고 사진, 동영상 등을 붙이거나 내가 쓴 글들을 저장해주고 이를 웹페이지로 뿌려주는 등등… 온라인 상에서 콘텐츠 사업을 하는 언론사들에겐 이러한 CMS는 핵심 요소이며 자산이 됩니다.
아크는 워싱턴포스트가 쓰고 있던 CMS를 2013년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후 이름을 바꾼 겁니다. 2014년엔 아크를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콘텐츠를 팔고 광고를 파는 회사가 CMS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일까요?
CMS는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술의 집합체입니다. 수많은 콘텐츠DB와 사이트 제작, 거기에 회원 정보와 유료화를 위한 페이먼트까지 결합이 되니 기술의 복잡도가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WP가 CMS를 팔기 시작했다는 건 기술 기업으로의 확장 또는 변모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도 합니다. 마치 아마존처럼 말이죠.
워싱턴포스트는 아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월방문자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3년 10월 2천만명에서 2018년 1월 9천만명으로 늘었다고 했죠. 하지만 2018년 수치는 정점을 찍고 내려온 수치입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월 1억명을 돌파한 후 점차 내려오고 있죠.
WP가 트래픽이 줄고 있다고 공표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베조스가 인수한 2013년에 비해 현재의 트래픽이 많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UV는 3배 이상, PV는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여기에는 CMS의 공이 절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크를 도입하면서 WP의 조직도 대폭 변했습니다. 기자와 엔지니어, 마케터가 같이 일하고, 발제도 이들이 같이 의논해서 하는 프로세스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전에는 조직 내에서 힘을 갖지 못했던 개발자와 같은 엔지니어들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하고, 미디어 스타트업이 많은 뉴욕에 사무실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WP가 종이신문 사업을 버린 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종이신문의 매출이 WP에게 중요하기에, 특히 디자이너들이 온라인과 지면을 같이 디자인하도록 하는 등 둘을 병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크의 구성
아크는 여러 가지 툴의 집합체입니다. 마치 워드프레스 관리자 화면으로 들어가면, 대시보드, 글 추가/편집, 테마, 플러그인, 분석 등 메뉴가 있는 것처럼 아크에도 각각의 기능이 하나의 앱으로 만들어져 들어가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들입니다.
컴포저(Composer): 기사를 업로드하고 구성할 수 있는 입력·편집툴.
웹스케드(Websked): 콘텐츠 생산과 관련된 뉴스룸의 스케쥴, 예산, 취재일정을 관리하고 계획하는 툴.
페이지 빌더(Page Builder): 사이트의 틀을 편집하는 레이아웃 에디터.
포토 센터(Photo Center): 사진 관리 시스템. 컴포저와 연동돼있음.
비디오 센터(Video Center): 영상 관리 시스템. 포맷 관리, 캡션 생성, 간단한 영상 편집 기능이 있으며 이 역시 컴포저와 연동돼있음.
클라비스(Clavis): 독자의 클릭 히스토리를 분석해 클릭률을 높일 수 있는 기사나 광고를 기사 하단에 추천하는 도구.
벤디토(Bandito): 기사의 제목과 썸네일 등을 AB테스트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
록소도(Loxodo): 선행 지표 분석툴. 주요 언론사 기사를 500명의 포커스 그룹에게 보여준 뒤 기사들의 반응을 WP의 기사와 비교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
이중에서 기자들이 주로 쓰는 건 기사를 작성하는 컴포저와 작업의 전반적인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웹스케드, 그리고 사진을 삽입하기 위한 포토 센터입니다.
컴포저 화면
컴포저를 실제 사용해보니 UI가 깔끔하고 기사를 쓰기에 편리했습니다. 처음에야 당연히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컴포저 각각의 기능들이 매우 유용하게 느껴집니다. 많은 입력기도 그렇겠지만 특히 워드프레스 입력기와 비슷합니다. 데스크톱이나 태블릿, 모바일 가릴 것 없이 잘 작동합니다. 다만 모바일에선 전용 UI가 없어 화면이 크게 보이는 등 다소 아쉬웠습니다.
웹스케드는 기사 작성 – 사진, 동영상 삽입 – 메인 페이지 노출 – 종이 신문 출고 등 일련의 과정들을 관리할 수 있는 매니징 툴이면서 모니터링 툴입니다. Web desk를 조합해 웹스케드(Websked)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썰’이 있습니다. 실제 각 부차장들이 데스킹을 보려면 컴포저에서보다는 웹스케드에서 리스트업을 하는 게 훨씬 더 편합니다.
일의 흐름
아크를 둘러보다 보면, 확실히 한국식이 아닌 미국식 문화에서 파생된 CMS라는 느낌이 듭니다. 가령 우리 언론사들은 기사를 다 쓴 후 “부장 기사 다 썼습니다. 데스킹 봐주세요”라고 카톡이나 전화를 하겠죠(그 반대의 경우에도).
아크 내에서는 ‘태스크 요청’ ‘워크플로우 상태’ 등으로 체계적인 공정화를 해놨습니다. 가령, 기자가 초고를 쓴 후 데스킹 요청을 하면, 데스크가 이를 ‘내 작업’으로 바꾼 다음 데스킹 후 ‘완료’ 버튼을 클릭해 하나의 기사를 완료 상태로 만드는 거죠. 그렇게 되면 완료율도 뜨고, 기사가 어떤 상태인지도 보이고.. 다시 말해 수치화가 명확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사, 특히 오래된 회사일수록 구두로 일을 처리하고 ‘되는 대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죠. 차차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변화는 아크 같은 외국 툴을 하나씩 도입하면서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크 론칭을 앞두고..
조선일보는 아크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우리가 쓰기 편하도록 추가 개발을 하는 중이며 아크를 쓰고 일할 사람들, 기자나 편집자, 광고 담당자들이 실제 써보며 적응하는 중입니다.
새로운 CMS 위에 새로운 웹사이트도 얹힙니다. 조선닷컴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며,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 외에 안에서 바뀌는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변화된 환경 아래 느낀 점들, 그리고 그 안에서 한번 쯤은 짚어보고 싶은 이야기들은 다음 글에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문의 본질을 나타내는 문법적 관습 (literary convention)은 무엇인가? 뉴욕타임스의 일면을 본다고 가정해보자. 거기서 우리는 소비에트 반대 운동, 말리의 기근, 소름 끼치는 살인 사건, 이라크의 쿠데타, 짐바브웨 희귀 화석 발견, 미테랑의 연설 등을 발견한다. 왜 이런 사건들이 한 지면에 병치되는가? 무엇이 각각을 묶어주고 있는가?
앤더슨에게 그 해답은 시간적 동시성(synchrony)에 있다. 내용적으로 이질적인 사건들이지만, 뉴스가 보도되는 시점에서의 동시성이 이질적인 사건들 사이의 공통분모를 형성한다. 하루, 일주일, 월 등의 주기성을 시간축으로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합된 물리적 공간에 배치하여 패키지로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뉴스 플랫폼이다. 소비자들은 패키지 단위로 제작된 뉴스에 노출되고, 소비자들이 수 백 가지 기사 중에서 단 하나의 기사만 본다 하더라도 언론사는 패키지 전체에 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기사들이 낱개로 소비되면, 언론사의 수익 구조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한 언론사가 생산한 100개의 기사 중 10개만 소비된다고 할 때, 나머지 90개의 기사는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트럭처 저널리즘은 이런 디지털 환경에서 기사들을 다시 묶으려는(rebundling) 시도다.
스트럭처 저널리즘은 기사 및 기사 속에 내재된 정보를 시간을 거치면서 계속 누적시켜 재맥락화(recontextualize)한다.
새로운 사건을 보도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서, 구조화된 데이터는 깊이 있는 지식과 맥락을 제공한다. 만약, 재맥락화 과정이 없다면, 구조화된 데이터는 위키피디아 같은 백과사전과 별로 차이가 없을 것이다.
스트럭처 저널리즘
저널리즘적 관점에서 뉴스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 뉴스 사건을 데이터로 입력하고 이를 모아 내러티브 혹은 스트럭처 스토리로 만든다. 처음에는 기자 즉, 사람의 관여도가 높지만, 이 데이터들이 축적되면 사람의 작업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시간에 따라 뉴스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는 구조다. 데모 영상을 보면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고, 재밌다.
스트럭처 스토리즈 데모 시연 영상
뉴욕타임스
1) 데이터 프로젝트: 기자들이 텍스트 에디터에 글을 쓰면 마이크로서비스가 기사 내 중요한 구문들을 하이라이트 하거나 태그를 추출한다. 이를 기자가 평가한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게 목적이다. (모든 기사에 컴퓨터가 일일이 태그를 다는 것으로 보면 됨) 2) 쿠킹: 이용자들이 검색하고 저장하고 평가를 남길 수 있는 약 1만 7000개 이상의 요리법을 담고 있다. 각각의 검색 필터가 해당 요리들이 갖고 있는 속성을 반영해 구분한다(다이어트 분류, 요리 방식 분류, 식사 유형 분류 등). 컴퓨터가 자연어 처리 등을 이용해 문장 속 단어를 식별.
워싱턴포스트
독자들이 기사 페이지를 떠날 필요 없이 한 페이지 내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데이터를 호출해 풍부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이는 워싱턴포스트가 각각의 정보들을 기사 본문 내 오른쪽 공간에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원자화’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WP는 이를 스스로 ‘지식 지도(Knowledge Map)’이라고 부른다. 링크는 예시.
호미사이드 워치
모든 살인 사건의 혐의자들을 이름, 나이, 인종, 성별, 희생자 등으로 구분해 기록한다… 기사와 헤드라인을 넘어 기사 안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원자화함으로써 후속 기사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그 내용을 가져다 쓸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독자들이 기사를 읽으면서 언제 어디서든지 쉽게 부가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한다는 스트럭처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BBC나 IBM의 왓슨 등이 사례로 나왔으나 아직 실험 or 베타테스트 중이므로 의미가 없어 패스.
사례들을 보고 있자니, 구조화된 저널리즘이 미래에 먹힐지 또는 한국에 먹힐지 좀 더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현재 한국 언론사 구조상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 시스템이나 기술, 기자들의 역량, 의지 등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도해볼 만한 주제고, 계속 가지고 가야 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