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4분기 실적: 에어팟과 애플워치가 애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애플이 어제 19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주가는 더 올랐고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 중이다. 숫자들을 대략 정리하면,

  • 4분기 매출 918억 달러(108조원)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한 수치며 사상 최고치
  • 순이익은 222억 달러로 같은 기간 11.4% 상승
  • 주당순이익(EPS)은 4.99달러로 컨센서스인 4.54달러를 상회했으며, 이또한 사상 최고치
  • 아이폰 매출 5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
  • 앱스토어, 섭스크립션 등 서비스 매출 127억 달러로 같은 기간 17% 상승
  •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포함한 세일즈 매출이 37% 늘어난 100억 달러.

애플의 실적 리포트 / NYT 기사

인상적인 포인트는 2개였다.

먼저는 아이폰11이 잘 팔려 전체 아이폰 매출을 늘렸다는 거다. 디자인이 공개되면서 인덕션으로 놀림받던 아이폰11이 오히려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처음엔 나도 저건 잘 안 팔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나 둘 쓰면서 만족하는 걸 보니 역시 애플은 애플이라는 걸 체감했다.

아이폰11

그러고보면 신형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비아냥이 꼭 있었다. 아이폰4에서 5로 넘어갈 때도 길이만 길어져서 나중엔 검처럼 쭉 길어질 것이라느니, 노치 디자인이 나왔을 때도 M자 탈모형 같다느니 비난했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모두가 그 디자인을 따라하고 있다. 이런 게 애플의 저력인 듯.

다시 돌아와서 인상적인 다른 포인트를 꼽자면 웨어러블 기기가 잘 팔린다는 것이다. 애플워치와 에어팟이 대표적. 2~3년 전만 해도 이런 걸 사용하면 다소 긱(geek)스럽게 봤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에어팟이 특히 그런데, 요새 지하철을 타면 이어폰을 쓰는 사람의 1/3 이상은 에어팟을 꼽고 있다. 차이팟 같은 제품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은 콩나물 모양의 무선 이어폰을 쓴다.

에어팟, 정말 편하다. 난 2017년 초에 1세대 에어팟을 샀다. 당시엔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그 누구도 끼고 다니지 않았다. 에어팟 또한 인덕션 아이폰처럼 디자인적으로 비난이 많았었던 시기다. 그런데 난 에어팟이 정말 혁신적이라고 생각했다. airbuds로 통칭되는, wireless 블루투스 이어폰이 당시에도 몇개 있었는데, 대부분 크리티컬한 단점이 하나씩 있었다. 영상 플레이할 때 음성이 딜레이가 생긴다든지, 블루투스 연결이 잘 끊긴다든지, 통화할 때 보이스 음질이 너무 안 좋다든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어팟은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해결했고, 거기에 케이스에서 빼기만 하면 자동으로 페어링이 됐다(당시 다른 에어버즈들은 꼭 전원 버튼을 눌러 페어링을 시켜야했다). 20만원을 주고 샀지만, 비싸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번도 없을 만큼 유용하게 써왔다. 심지어 지금도 쓰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추가된 에어팟 프로는 30만원 초중반의 가격대인데도 물량이 없어 못판다고 한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다른 이어폰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좋다는 리뷰도 많다. 애플이 작정한 것 같다.

에어팟 프로

애플워치는 써보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갤럭시 워치를 쓰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워치의 유용함을 잘 안다. 고가의 시계가 필요 없다. 전화와 문자 알림, 아침 알람 기능처럼 기본적인 기능이 일단 좋고, 간단한 톡 대화나 날씨나 일정 체크 등을 할 수 있어 편하다. 개인적으론 수면나 걸음량은 확인을 잘 안 하는데,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더 플러스 요인이 될 거다. 요즘 스마트워치는 방수 방진도 잘 돼있고 튼튼해서 전천후(?) 느낌도 난다. 웨어러블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애플 워치가 선두 그룹에 있는 건 분명한 팩트.

여러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다가 이런 걸 봤다. 블룸버그의 칼럼이다. 제목은 ‘애플은 웨어러블의 족쇄를 풀어줘라’. 애플 생태계에서만 쓸 수 있게 하지 말고 가령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도 애플 워치를 쓸 수 있게 해줘라, 하는 내용이다.

블룸버그 필자는 과거 케이스에서 교훈을 찾는다. 주인공은 아이팟. 아이팟이 처음 출시됐을 때는 맥 유저만 사용할 수 있었다. 판매량이 그닥 많지 않았었는데, 2002년 윈도우 버전으로도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4년에는 맥 판매량을 추월했다. 싸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좀더 보면 2004년 이후에 아이팟이 대량으로 팔리면서 덩달아 맥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명확히 보인다.

ⓒ 블룸버그

당시 애플의 CFO였던 프레드 앤더슨은 이를 예측했다. 그가 한말.

(If) they love the experience of not only our music store, but our iPod, then they may the next time they decide to buy a second or third computer for their home, they may decide to buy Mac.

(만약) 사람들이 우리의 뮤직 스토어 뿐만 아니라 아이팟의 경험을 좋아한다면, 그들은 집에서 쓸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PC를 사려고 할 때, Mac을 사기로 결정할 것이다.

아이폰은 이러한 아이팟 성공의 결과물일 수 있다. 아이팟으로 인해 아이튠즈나 맥의 생태계가 더 확장됐고 필연적으로 아이폰이 나왔다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 그렇다면 2020년대를 맞이한 애플이 또다른 ‘아이폰 신화’를 쓰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할까? 블룸버그 칼럼은 새로운 아이팟의 역할을 에어팟와 애플워치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에어팟은 안드로이드에서의 사용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부족하다. 기능적으로도 그렇고, 블루투스도 최적화돼있지 않아 아이폰 연결에 비해 종종 끊긴다. 해답은 간단. 애플에서 안드로이드용 앱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최적화 셋팅을 해주면 된다.

애플워치는 더욱이 안드로이드에서 사용이 불가하다. 아이폰6s 이상의 최신 버전의 iOS 폰에서만 작동한다. 이를 풀어주면 어떨까? 아이폰 판매가 줄어들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애플워치 때문에 다음 번 스마트폰을 살 때 아이폰으로 바꾸려고 할 수도 있다.

순수 애플유저는 이에 반대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 칼럼은 애플 생태계를 벗어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고 주장한다.

Apple purists would argue that it’s precisely this tight integration with the iPhone that makes wearables such as Apple Watch and AirPods such valuable products. That’s true, but capping your potential audience to just 15% of the global smartphone market is a pretty shortsighted way of making the point especially when there’s so much revenue to be had from non-hardware services. 

순수 애플 유저들은 아이폰과의 타이트한 결합이 애플워치와 에어팟과 같은 웨어러블의 가치를 높이는 명확한 방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애플의 잠재 고객들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5%에 국한시키는 건, 특히 비하드웨어 서비스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수익이 있다는 걸 고려했을 때 매우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나도 이 주장에 매우 동감한다. 개인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난 앱을 사거나 인앱결제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돈을 지불해서 쓸만한 대단한 기능들을 아직 잘 보지 못했기 때문. 그나마 유료로 사서 쓰는 건 카톡 이모티콘 정도? 그런데 최근에 두번이나 유료 결제를 한 게 있었는데 바로 갤럭시 워치 배경화면이었다. 워치를 계속 차고 다니니 매번 보는 배경화면이 질려서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기본 제공 화면을 돌려쓰는 건 한계도 있고 이쁘지도 않아서 유료로 몇개 질렀다. 소액이긴 하지만 이런 곳에 돈을 잘 안 쓰는 성향이라 스스로도 신기했다.

내가 안드로이드 유저인데 애플워치를 쓴다면 앱스토어에서 배경화면을 사서 쓸 유인이 된다. 이러한 앱스토어 매출은 서비스 매출로 들어가고 현재는 전체 애플 매출의 10%대를 차지한다. 웨어러블을 필두로 해 앱스토어가 일정 부분 개방되면 1) 이런 서비스 매출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가능하고 2) 더 나아가 아이폰 등 다른 애플 기기를 사게될 확률도 높아진다.

애플은 앞으로 확장을 추구할까? 생태계 공고화를 추구할까? 전자로 가면 난 기꺼이 애플의 주주가 될 것 같다.

스타일러스가 왜 필요하냐던 잡스 vs 기울기까지 인식하는 애플 펜슬 선보인 팀 쿡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발표할 때 잡수 형님은 누가 스타일러스를 쓰냐?(Who wants a stylus?) 라고 했다. 당시 스타일러스가 내장된 삼성 햅틱 시리즈를 겨냥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무튼 잡스는 사람의 손가락이 가장 좋은 ‘터치 디바이스’라면서 애플의 뛰어난 멀티터치 등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세월이 8년이 흘러 잡스도 저세상 사람이 되고 스마트폰 시장도 포화상태가 됐다. 이번에 아이폰6S와 함께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한 팀 쿡은 이제 잡스와 영영 빠이빠이를 할 것 같이 스타일러스를 들고 나왔다. 애플펜슬. 압력 조절은 물론 기울기까지 인식 가능해 실제 필기도구 같은 느낌을 살렸다고 한다. 펜슬 끝이 뾰족해 일반 스타일러스보다 필기감도 좋아 보인다.

팀 쿡 체제로 들어선 애플은 그간 iOS의 변화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성,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CEO 입장에서는 전임자의 그림자가 너무 짙은 걸 우려할는지도 모른다.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 자신의 입지가 견고해지므로 일부러 새로운 걸 계속 나타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스타일러스를 필요로 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평가도 있다. 점점 스마트 기기가 고급화 되어가는 추세. 이번 패드 프로만 봐도 와콤 태블릿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는데, 한 기기로 이것저것을 다 쓰고 싶어하는 전문가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손은 패드에 댄 상태로 스타일러스를 쓰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라고 한다. 최대한 노트에 쓰듯이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 애플도 많이 신경을 썼을 것이다.

그렇지만 애플이 그간 환호받았던 건 우수한 기술력, 감각적인 디자인 때문만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들은 다른 이들이 하지 못했던 걸 해왔고, 한발 아니면 두발 세상을 앞서 트렌드를 주도해 왔던 것이다. 리디자인, 리포메이션, 레볼루션. 이는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는데, 그렇기에 CEO이자 리더였던 잡스의 존재감은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 컸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봐, 해봤어?”라고 했던 정주영 느낌이랄까. 팀 쿡의 애플은 아직 그 철학이 미미해보인다.

애플은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텔레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