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너무나도 잘 쓰고 있는 토스에 관한 책이 나왔다니 반가웠다. 제목은 ‘유난한 도전’. 무난하지 않은 과정이 많았다는 뜻이겠지?
토스는 내 최애앱이다. 간편 송금 뿐 아니라 결제, 주식, 소비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빠르고 유려하다.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개선되는 게 눈에 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까. 어떻게 피드백이 빠를까. 어떻게 새로운 기능들을 계속 실험할까? 짐작은 하고 있었다만, 책을 보니 답이 나왔다. 갈아넣으면 된다(…)
* 출간 후기 https://blog.toss.im/article/epilogue

치대를 나온 창업자 이승건은 세상을 뒤흔드는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고전을 읽으며 이상을 키웠다. 공화정을 흠모해 회사 이름도 ‘비바리퍼블리카’로 지었다. 솔직히 오글거렸다. 이렇게 위인 만들기라니…
하지만 누구든 원대한 이상을 가진 적이 한번은 있지 않나? 단지 이승건은 평균보다 많이 이상적인 사람 같았다. 책을 읽으며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손경제’ 팟캐스트에 ‘유난한 도전’을 쓴 정경화님이 나오셨는데, 관련해 이런저런 얘길 많이 해줬다. 참고해서 들어보면 재밌다.
다시 토스 책으로 돌아와서.. 초기 토스팀은 지금의 토스팀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앱을 만들며 생존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러다 여러 MVP(최소기능제품)를 실험해본 결과 간편 송금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페이스북에 ‘송금을 간편하게, 10초 만에 송금하는 서비스’라고 적어 올리고 무턱대고 광고를 돌렸다. 이틀 동안 1만 원 정도 태우자 광고는 6000명에게 노출됐고, 35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24명은 광고를 클릭해보기도 했다. 이 정도면 ‘반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궁금했다. 아무 금융 기반이 없던 토스가 어떻게 간편 송금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방법은 CMS(Cash Management Service)였다. 흔히 자동이체라고 말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토스에서 내가 친구에게 1만원을 보낸다고 치자. 그럼 토스에서 먼저 내 친구에게 1만원을 보낸다. 그러면서 난 토스에게 1만원을 주는 자동이체를 건다. 내 통장에서 돈은 며칠 뒤 빠져나간다. 프로세스가 이상해보이지만 결과적으론 간편 송금이 완성된다.
그래서 초기엔 송금에 딜레이가 있었다고 한다. 이걸 악용하기도 했다고. 먼저 친구한테 보내놓고 내 통장 잔고를 미리 비우는 식이다. 이때 못받은 돈은 200만원쯤 된다고 한다. 아직까지 못받고 있다고…
어쨌든 토스는 이러한 모델로 간편 송금을 시작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CMS수수료도 내야 하고 다시 받을 돈이지만 송금액을 먼저 내보내야 한다. 이런 일을 무턱대고 시작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이용자는 이보다 간편할 수 없다. 그래서 빠르게 이용자가 늘었다.
2014년 3월 개시한 간편송금 오픈 베타 서비스는 그야말로 미친 속도로 크기 시작했다. 가입자가 매주 8%씩 늘었다. 송금 건수와 금액은 더 가파른 기울기를 보였다. 한 번만 쓰고 마는 게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토스를 이용한다는 의미였다. 이번 주에 토스를 쓴 사람이 그다음 주에 다시 이용하는 비중이 40%를 넘었다.
초창기 토스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와의 일화도 재밌었다.
2014년 토스가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참가했는데, 3등을 했다. 이때 심사위원 중 한명인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가 이승건을 찾았다. 토스의 비전을 듣고 10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몇 년 뒤 어느 인터뷰에서 한 킴은 이렇게 기억을 되새겼다. “(경진대회에) 참가했던 회사가 8개였는데, 저는 토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이승건 대표가 꿈꾸는 것에 매료됐죠.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1등 안 줬어요.”
이렇게 투자하기도 하는구나. 생존이 중요한 스타트업과 VC들은 이런 전략(?)도 펼친다는 걸 알았다.

토스 아이콘은 왜 파란색일까? 이에 대한 일화도 있었다.
초록색은 네이버, 노란색은 카카오가 있었다. 남은 건 파랑과 빨강. 토스의 남영철은 ‘브랜딩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이런 대목을 읽었다고 한다. “파랑은 빨강과 정반대되는 색이다. 평화롭고 차분하다. 파랑은 느긋한 색이다. 브랜드 세계에서 빨강은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소매업의 색이다. 파랑은 견실함을 표방하는 기업의 색이다.”
“IT 회사가 빨간색을 키 컬러로 쓰면 안 된다는 건 네이트에서 배웠어요. 서비스에서 확인, 승인 등 각종 버튼을 만들 때 키 컬러를 쓰는데, 빨간색은 경고나 삭제의 의미가 있어서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거든요”
남영철
* 토스 로고 변경기 https://blog.toss.im/article/toss-newlogo

토스는 부단히 노력했다. 빠르게 실행하고 기민하게 대처했다. 실제로 주말도 없고 저녁도 없는 라이프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토스 문화의 정수가 발현된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안녕하세요, 긴급재난지원금 조회 서비스가 공인인증서 때문에 조회하기 어렵다는 기사를 보고 스크래핑으로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문의드리러 왔습니다.” 모두가 파티를 즐기던 그날, 서버 개발자 왕상호가 스크래핑(scraping)팀 채널에 메시지를 남겼다.
… 스크래핑팀 PO 최재호가 팀원들과 논의에 나섰다. 지원금 신청은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될 터였다. 주어진 시간은 금토일 사흘. … 오후 2시 반, 최재호가 슬랙에 재난지원금 길드 채널을 생성했다.
… “이번 주말에 재밌는 일을 벌일 건가 봐.” 오후 7시 30분 킥오프 미팅이 열렸다. 홈팀 PO 김종상과 스크래핑팀 PO 최재호가 주축이 되어 꼭 필요한 제품요건을 정리하고 각자 할 일을 분담했다
… 프론트엔드 개발자 박서진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라는 직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요구사항이 정의되고, 초벌 디자인이 만들어지고, 서버 개발이 진행되었다.
… 이승건도 그제서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며 퇴근을 미루고 채널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림 사전신청 페이지를 완성하고 오류가 없는지 테스트까지 마친 시각은 토요일 새벽 4시였다.
… 팀 리더인 이승건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구하는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 잘 만들면 그야말로 ‘대박’이 될 것 같다는 흥분감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평일인지 주말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마치 재미있는 놀잇감을 발견한 아이들처럼 신나 있었다.
… 긴급재난지원금 알림 사전신청자는 한나절 만에 80만 명을 기록했다. 과연 오래도록 기억될 토스다운 하루였다.
코로나19로 굉장히 익숙해졌던 긴급재난지원금 조회 서비스. 한 사람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토스의 이 서비스는 2~3일 만에 완성됐다. 능력 있고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다. 다른 회사에선 나올 수 없는 속도와 집중력이다.
토스는 계속 성장 진행 중이다. 사용자들이 단기간에 빨리 모였다고 탄탄대로를 보장하는 게 아니다. 계속해서 수익 모델을 증명해내야 했다. 보험, 증권, 뱅크, 페이먼츠 등.. 최근엔 휴대폰 요금제까지 선보였다. 끊임없이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토스의 유난한 도전은 오히려 지금부터일 수 있다. 현재까지의 집중력과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100미터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마라톤에서도 우승할 수 있을까? ‘유난한 도전’만 보면 마라톤 우승도 충분히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몇년 뒤에 꺼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도 모른다. 단지 토스 애용자로서 응원할 뿐이고, 이러한 속도를 계속 보여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