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좋아하지만 축구 경기를 제외한 다른 콘텐츠까지 즐기지는 않았다. 다른 재밌는 것들도 많고, 역시 뭐니뭐니 해도 경기가 메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샌 축구에 더 깊게 빠지게(?) 되면서 이것저것 다른 콘텐츠들도 살펴보게 됐는데, 이게 재미가 쏠쏠하다. 주로 선수나 팀에 관련된 이야기인데, 가령 히스토리라든지 평소 생활, 경기장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뒷얘기 같은 것들이다.
선수도 사람이므로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게 시합 결과에도 영향을 끼친다. 축구 한 경기는 90분이면 모두 끝나지만 그외 시간에 벌어지는 일들이 사실 더 큰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내가 울산 현대 다큐멘터리 ‘푸른 파도’를 보게 된 이유다.

‘푸른 파도’를 어떤 채널에서 접했는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팟캐스트를 듣다가 들었을 수도 있고, 유튜브 알고리듬을 통해 봤을 수도 있다. 난 유튜브에 3화까지 공개된 시즌 2를 먼저 봤고, 이후 시즌 1을 왓챠를 통해 봤다. 시즌 2 모든 에피소드는 OTT ‘시즌(seezn)’에서 볼 수 있다.
사실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다큐야 넷플릭스가 워낙 유명하고, 국내 구단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다소 조악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테크니컬하게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 구성이나 선수 개개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연출의 전개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재밌게 봤다.

시즌 1은 2021년 경기 시즌 이야기다. 홍명보 감독이 울산으로 부임한 첫해. 선수들과 처음으로 만나면서부터 시즌을 마감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울산은 최종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인 2020년에도 아쉽게 우승을 놓친 터라 절치부심하며 우승을 노렸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다큐는, 핸피엔딩으로 끝나진 않은 선수들의 1년을 담담하게 스케치한다. 홍보 목적도 있을 거라 과격한 갈등 요소는 다큐에 안 나왔지만, 울산 현대 구성원인 감독, 선수, 스태프들의 눈물과 땀, 그들의 생각들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때때로 선수들을 비인격체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본다. 장기판의 말처럼, 스타크래프트의 유닛처럼, 축구 게임의 캐릭터처럼 말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줘야 하고, 퍼포먼스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욕하고. 물론 팬의 입장에서 과몰입하는 것이니 이해도 가지만, 그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선수들도 (당연히) 사람이라는 것. 다큐는 선수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며 그들을 이해하게 하고 응원하게 만든다.
또다른 포인트는 ‘직업인’으로서의 선수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이야 여가 시간에 공을 차거나 시합을 보러 가지만 그들은 프로페셔널이다. 내가 출퇴근을 하는 것처럼 그들은 팬들 앞에서 그라운드에 서는 것이다.

직업의 세계로 들어가면 폭넓은 공감대의 층이 생겨난다. 선수들과 감독의 처절함, 좌절감, 성취감 등을 내 경험과 접목시키며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은 꿈을 위해 이직(이적)하기도, 부상 때문에 휴직(벤치, 재활훈련)하기도 한다. 한번이라도 선발 명단에 들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들, 외국인으로서 타국의 팀에 적응하는 모습들, 경기를 위해 해외 출국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모습들이 새로우면서도 뭔가 알 것 같아 흥미롭게도 다가온다.
2022 시즌은 아직 진행 중이고, 울산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5월 하순인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2등인 전북을 승점 8점차로 크게 앞서고 있다. 푸른 파도 시즌2가 seezn에서만 서비스하고 있어 3편 이후로는 보지 못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완주를 할 것 같다. 다큐에서 봤듯이 선수들의 실력과 마음가짐은 이미 준비돼있다.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 이러한 축구 다큐들이 계속해서 나오면 좋겠다.

덧, 내가 응원하는 팀인 아스날 다큐도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제작 중이라고 하는데 얼른 나오면 좋겠다. 비록 이번엔 챔스에 못 갔지만, 다큐가 하나의 동기 부여가 돼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