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의 디지털 리포트를 보니 생각나는 건… NYT?

우리 회사처럼 동아일보도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한 기업이 100년을 지속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업다운을 반복하며 지금까지 회사를 유지해온 저력들이 대단하다.

동아일보는 이를 기념하듯 100주년 보고서를 발행했다. 이름은 ‘레거시 플러스’. 공개된 리포트는 아닌 것 같다. 딱히 비밀은 아니지만 내부에서만 보는 듯하다. 공개된 지는 조금 됐지만, 기록 차원에서 남김.

이 리포트가 100년의 사사는 아니다. 사실 이 리포트는 디지털을 대비하자는 제안이다. 지난 100년은 이러이러하게 해왔는데 앞으로는 디지털이 중요하니 저러저러하게 잘 대비하자는 거다.

그런데….

보다보니 동아의 이 레거시 플러스는 눈에 안 들어오고 뉴욕타임스의 보고서가 계속 생각이 난다. NYT가 2014년과 2017년에 내놨던 혁신 리포트와 2020 리포트. 왜냐면, 같은 디지털 전환 리포트인데 너무 비교가 돼서…

동아는 뉴욕타임스와 비교되리라는 걸 알았을까? 그.리.고. 거기에 비해 다소 허접스럽다는 것도 미리 인지했을지…

레거시 플러스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동아 리포트는 간단히 아래 3문장으로 요약된다.

  • 히어로 콘텐츠를 만들자
  • 디지털 브랜딩을 제대로 해서 영향력 키우자
  • 기자 개개인이 히어로가 되자(히어로 크리에이터)

‘히어로’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론 거슬린다. 빵 터지는 콘텐츠, 네임밸류 좋은 저널리스트가 히어로일텐데… 과연 디지털이 히어로들만으로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한명의 기자가 파급력 있는 단독 기사를 쓰는 시절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디지털은 한명의 히어로 또는 소수의 어벤저스가 다가 아니다. 여왕개미도, 일개미도, 전투개미도 필요하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팀웍 좋은 조직이 더 필요한데 동아는 이보다 히어로가 필요한 듯 하다.

좀 더 인상적인(?) 느낌들을 적어본다.

  • 문제 인식은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이나, 이를 해결하는 방식을 제안하진 못했다. 답이 없는 분야이긴 하다. 하지만 리포트에서조차 결론을 내지 않았다. 대신 워크숍을 해서 한번 답을 끌어내보자고 제안한다. 이름은 ‘D/A 콘텐츠 워크숍’이다. 여기서 중요한 거! 백날 워크숍 해봤자 답 안 나온다는 사실…
  • 비슷한 맥락에서, 어떤 조직을 만들어서 해보자고 하는 것도 답 안 나오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아는 제안한다. 디지털 실험을 이끌 조직을 말이다. 사장 직속, 소수 정예로 활동하고 연차는 10~15년차. 음… 어디서 많이 봤던 그림. 문화는 그대로인데 신선한 조직이 하나 만들어진다고 제대로 된 혁신이 일어날까? 짙은 회의가 인다.
  • (지난 세월) 신문의 영광을 매우 강조한다. 이를 계승/발전시켜야할 레거시로 정리했다. 100주년과 엮어서 그런 것일 수 있겠으나 좀 과도하다. 신문의 문법과 디지털의 문법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신문 얘긴 좀 넣어놨어도 좋았을텐데.
  • 어설픈 시나리오와 일러스트는 오글거린다. 가령 이런거.
  • 국내외 유수한 사례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보다는 사례모음집 같다. 대학교 1학년의 PT같은 인상을 받았다. 너희들 얘길 기대했다고!
  •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도 하나 꼽아보면…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바꾸려는 의지는 있어보인다. 또한 채널A와 협업하며 신문과 방송, 디지털의 조화를 꾀하려는 건 긍정적이다. 법인이 다를텐데 잘 협업을 하길 바란다. (그건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다.)
  • 마지막으로는, 리포트에 없는 것: 독자. 동아는 동아의 독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독자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적지 않았다. 공급자 우선의 마인드가 엿보였다.

수년전 NYT가 앞서다

뉴욕타임스는 참 대단한 회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NYT는 지난 리포트는 동아와는 사뭇 다르다. 회사의 100주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대가 흘러가고 회사가 어떤 위치에 와있냐, 현재 상태를 어떻게 타개해갈 것이냐에 초점을 맞춘다.

NYT는 큰 그림을 이미 수년전부터 그렸다. 그래서 보고서에는 콘텐츠, 광고, 유료화, 플랫폼, 서비스, 인력, 일하는 방식, 독자, 비전 등 다양한 분야 총망라돼있다.

NYT는 어떠한 태도로, 어떠한 방식으로 작업을 개선시킬지에 초점을 맞춘다. 비전을 공유하고, 목표대로 실행하고, 기자와 기획자, 개발자 등이 협업하자는 등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 하나하나에 디테일한 제언을 한다.

NYT는 본인들을 더 깊게 들여다봤다. NYT는 NYT의 사례를 들어 말한다. 자신들의 문제점을 찾아 자신들만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런데도 그 해결책이 전세계 언론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NYT는 본인들이 대단한 걸 안다.

게다가 NYT는 저걸 대부분 실천하고 있다. (참고: NYT의 ‘독보적인’ 디지털 저널리즘) 2020년까지 달성하겠단 목표를 2019년에 해버렸다.

그래서, NYT 디지털은 계속 성장 중이다.

뉴욕타임스 2018년 실적:디지털 전환 순항 중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역시 뉴욕타임스 는 뉴욕타임스다. 전년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뉴욕타임스는 이전에 선언했던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 디지털 구독 336만명, 전체 구독 430만명.
  • 디지털 쪽 매출은 우리 돈으로 약 8천억원(7억 9백만 달러). 이는 NYT가 2015년 선언했던 2020년 디지털 매출 8억 달러 목표에 거의 근접한 실적.
  • 디지털 매출은 2018년 총 매출 약 2조원(17억 5천만 달러)의 40.6%에 달하는 금액. 분기실적만으로는 2020년 2분기에 50%를 찍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음.
  • 디지털 구독으로 는 4500억원(4억 달러)인데, 이중에 크로스워드와 쿠킹 수익이 200억원 정도. 지난해에 비해 17.7% 상승.
  • 기타 디지털 수익으로 555억원 (4940만 달러) 매출. 여기엔 와이어커터 등 제휴 수익과 디지털 라이센싱 수익이 포함됨.
  • 전체 광고 매출은 전년도와 비슷. 프린트 광고가 6.5% 하락했지만 디지털 광고가 8.6% 신장.
NYT digital share
출처: 니먼랩

대단한 뉴욕타임스다. 2014년 혁신 리포트를 낸 이후 2017년에 한번 더 리포트(Journalism that stands apart)를 낸 뉴욕타임스는 그들이 분석하고 기대했던 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구독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기본 사업모델입니다… 타사와 경쟁해 클릭을 최대로 만들거나 낮은 마진의 광고를 판매하는 것에 주력하지 않았습니다. PV를 이기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뉴욕타임스를 위한 건전한 사업 전략이 저널리즘을 더욱 강하게 하고, 전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이 기꺼이 뉴욕타임스를 돈을 지불하고 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물론 우리의 오랜 가치와도 맞아 떨어집니다. 사용자들을 위한 여러 배려가 우리를 저널리즘적으로 훌륭함(journalistic excellence)으로 이끌 것입니다.

Journalism that stands apart(2017) 중에서

NYT는 철저하게 구독에 집중하고 있고, 실제로 이를 실행하는 중이다. 또한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라면 크로스워드든 와이어커터레시피든, 다양한 소프트 콘텐츠를 만들어 팔고 있다. 한국의 정통 언론사라고 하는 곳들이 잘 하지 않는 거다.

하지만 NYT는 전통적으로 강한 정치, 사회, 경제 등 기획물 뿐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에도 관심이 많다. 권위있는 언론사가 이렇게 방향을 잡고 일을 하는 게 놀랍다. WP도 이렇게는 잘 못따라간다.

우리는 전통적인 기획보다 지침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TV나 영화에서부터 패션 및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문화가 변하는 순간 사람들이 문화를 큐레이트(curate)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Journalism that stands apart (2017) 중에서

우리는 언제쯤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상장돼있다. 근 몇년 동안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정확치는 않지만 2002년 최고가는 50달러 정도인데 경제 위기를 겪고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쭉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 NYT 경영진은 ‘혁신, 혁신 그리고 혁신’을 부르짖었고, 다른 언론사들이 이걸 지켜보며 우선순위로 참고해왔다. 내 예상에는 2022년, 앞으로 3년 안에 50을 다시 찍지 않을까 한다.

NYT 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