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 유료부수가 얼마나 되죠?” “100만 넘는 곳이 하나도 없죠? 그것도 몇몇 신문사를 제외하면 턱없이 부족하죠. 10만, 20만…” “이 정도로 신문이 안 팔리는데 신문을 ‘매스미디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언론재단에서 별로 새로울 것 없는 강의를 듣던 중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게 한 강사의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언론사들 네이버에서 채널 구독자수 모으고 있죠?” “1등이 중앙일보인가요? 300만이 넘었죠.” “조선은 몇명인가요?”
훅 들어온다.
“250만이요.” (그쯤 됐었다.)
“200만, 300만 넘는 언론사가 10군데가 넘었죠. 그럼 이제 매스미디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겠죠.”
아뿔싸, 일반인들의 시점에서는 신문사든 방송사든 네이버 덕분에 매스미디어의 지위(라면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거구나. 신방과 수업에서 익히 들었던 매스미디어가 재정의되는 순간이었다. 하긴 이제 신방과도 아니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지(…)
모바일 시대 10여년째.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뉴스를 보고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가장 간편하게 볼 수 있는 플랫폼은? 단연 포털이다. 뉴스든 비뉴스든, 매일같이 수만 개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언론사들은 네이버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네이버의 뉴스 정복사는 진행형이다
최초엔 네이버에 뉴스캐스트가 있었다. 네이버는 수많은 언론사의 콘텐츠 중 사람들이 볼만한 뉴스를 픽해 메인에 걸었다. 자극적인 제목들이 넘쳐났다. 언론사의 디지털뉴스부서는 네이버 메인에 자기네들의 기사를 걸어 트래픽을 끌어와야 했다. 그 결과 ‘충격’ ‘경악’ ‘섹시’가 득실댔다.
이러한 폐해가 계속해서 거론되자 네이버는 2013년 뉴스캐스트를 접고 뉴스스탠드를 도입한다. 뉴스스탠드는 언론사가 직접 본인들의 이름을 걸고 온라인 지면을 꾸미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네이버도 언론사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진 못했다. 뉴스 제목 없는 네이버 메인은 허전했고, 언론사는 아웃링크 트래픽을 상당수 잃었다.
그러다 모바일 뉴스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네이버는 2017년 뉴스스탠드와 ‘오늘의 신문’, 그리고 모바일판을 합친 ‘채널’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구독 시스템도 도입한다. 언론사별로 구독자를 유치하게 하고, 그 숫자를 옆에다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 50만 구독’ 이런 식이었다

키를 잡은 네이버
네이버가 도도하고 영리하게 판을 깐 것이라고 본다. 마치 ‘너네 겉옷, 양말 다 벗고 저기 체중계에 올라가서 몸무게 불러’라고 학생들한테 말하는 양호 선생님처럼.
몇몇 언론사는 적극 호응했고 스타트를 잘 끊었다. 중앙과 jtbc가 대표적이다. 몇십만의 구독자와 함께 초반부터 잘 나갔다. 몇몇은 심드렁했다. 조선이 그랬고 평타는 쳤다. 이들 소수를 제외하고는 기를 쓰고 매달렸지만 결과가 그렇게 좋진 않았다. 2017년의 구독 시스템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채널 구독자 300만 시대. 중앙과 jtbc가 350만을 넘었고, 10여개의 언론사들이 200만을 넘었다. 언론사들의 구독자 모집 경쟁이 상당했다. 에어팟도 주고 비타500도 주고 줄 수 있는 건 다 주는 것 같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조선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초반에 심드렁했던 게 여기까지 와보니 이젠 자존심이 상하는 거다. 그래서 여행권도 주고 스피커도 주고 피자도 주고 음료수도 줬다. 그렇게 구독자를 꾸역꾸역 채워갔다.
올해 네이버는 뉴스 영역에서 큰 변화를 예고했다. 네이버가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공급받는 대가로 제공하는 ‘전재료’를 없앤다. 대신 네이버 내 기사 트래픽을 바탕으로 광고 수익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물론 광고를 직접 영업해 걸 수도 있다. 네이버 입장에선, ‘뉴스 독자는 잃지 않겠다, 대신 돈을 벌든 안 벌든 그건 알아서 하라’는 것. 언론사는 각자도생해야 하고 울타리 없는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유통의 다변화, 언론사는 적응해야 산다
하지만 경쟁이 꼭 진흙탕 싸움만 될까? 그렇진 않을 거라고 본다. 내공이 있으면 살아남을 거고, 내실 없이 껍데기에만 신경썼다면 도태될 것이다. 정화의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네이버가 영원하리란 보장도 없다. 그냥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뉴스의 유통 채널을 넓히는 수단, 마치 KBS가 ‘동백꽃 필 무렵’을 KBS2에서 틀고, 넷플릭스에도 공급하는 것과 같다. 넷플릭스도 영원할까? 지금은 거대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어떻게 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네이버도 마찬가지. 언론사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네이버에 적절히 신경 쓰면서 이참에 자립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플랫폼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앞으로 3년은 유예 기간이다. 광고 수익이 전재료를 밑돌면 3년 동안은 전재료를 보전해준다. 그동안 국내 온라인 뉴스는 가파르게 변할 것이다. 유튜브든 트위치든 AI든 언론사는 다방면으로 활로를 개척해야만 한다.
거창한 얘기들을 쭉 썼는데, 사실 이 글은 네이버 채널 서비스로부터 가지를 뻗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서 기회도 찾고 싶었다. 스마트폰이 퍼진 2010년이나 SNS가 유행한 2015년보다 지금이 언론사에겐 더 기회가 많이 있는 것 같다. 발전하는 기술도 많고, 사람들의 취향도 다양해졌으니 말이다. 언론사는 이것도 시도하고 저것도 실험해볼 수 있다. 여기에 한숟가락 얹고 싶다.
5년 뒤 매스미디어는 무엇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