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즐겨보는 유튜브 ‘이스타TV’에서 인상적인 영상이 하나 있었다. 아래 영상이다.
이스타TV 멤버인 임형철이 월드컵 정리 콘텐츠를 짜는데 정리가 안 된다며 회사 동료들을 찾아가 의견을 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의견을 구하는 게 아니라 말을 쏟아낸다. 들어주던 동료들은 귀에서 피가 난다. 이것 자체가 콘텐츠인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 전체 정리 콘텐츠.
내용 구성의 기발함, 잘 살린 캐릭터에 무릎을 탁 쳤다. 월드컵 전체를 정리한다면 얼마나 지루한가. A조에서 H조까지 조별리그는 반복되고, 토너먼트도 모든 경기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전 경기를 되돌아보게 된다. 간간히 나오는 출연자들의 발연기가 어색하긴 하지만.

이것만 봐도 이스타TV는 굉장히 잘 한다. 전달 방식만 살짝 바꿔 지루한 콘텐츠를 재밌게 만든다. 아래는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월드컵 정리를 이렇게 풀어낸다고?
와 이거 기획한 요원은 천재다
임형철때문이라도 볼 수밖에 없네 진짜
그런데 이걸 기획한 사람이 천재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럿이 모여 머리를 싸맨 결과인 것이다. 출연진들도 여럿, 필요한 장면도 여럿… 혼자만의 머리싸맴이 아닌 집단이 아이디어를 모아 기발하게 풀어낸 거다.
이스타TV 콘텐츠를 보면 유연하고 실용적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축구 얘기를 빠르게 내보낸다. 양도 많다. 기계로 찍어내는 수준. 하루에 6~7개가 올라오는데 영상 편집은 최대한 단순하게 한다. PPT를 넘기거나, 실시간 중계를 따오거나 여럿이 모여 떠드는 등 단순한 포맷.
하지만 내용은 알차다. 디 애슬래틱 등 스포츠 외신도 가장 발빠르게 전달한다. 출연진들이 축구 해설진이다보니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도 풍성하고 썰 풀기도 수월하다. 그밖에 축구를 활용한 퀴즈쇼, 페이크 다큐, 팟캐스트 등도 흥미를 끈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이런 게 콘텐츠지 하는 감탄이 나온다.

난 이스타TV가 올드(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뉴미디어라는 말도 사실 올드하다. 더이상 새로운 미디어가 아닌 이미 친숙하고 거대한 미디어다. 어쨌든 레거시와 대비해보면 이들은 유연하고 알차다.
실용적이고 겉치레가 없다. 필요한 걸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1차원적인 재미도 있다. 욕도 하고 야한 농담도 한다. 근데 그게 보는 이들에겐 더 와닿는 법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렇게 가열차게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러니 잘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레거시 미디어가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고상한 우리가 이렇게 꼭 해야돼?’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