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발표할 때 잡수 형님은 누가 스타일러스를 쓰냐?(Who wants a stylus?) 라고 했다. 당시 스타일러스가 내장된 삼성 햅틱 시리즈를 겨냥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무튼 잡스는 사람의 손가락이 가장 좋은 ‘터치 디바이스’라면서 애플의 뛰어난 멀티터치 등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세월이 8년이 흘러 잡스도 저세상 사람이 되고 스마트폰 시장도 포화상태가 됐다. 이번에 아이폰6S와 함께 아이패드 프로를 발표한 팀 쿡은 이제 잡스와 영영 빠이빠이를 할 것 같이 스타일러스를 들고 나왔다. 애플펜슬. 압력 조절은 물론 기울기까지 인식 가능해 실제 필기도구 같은 느낌을 살렸다고 한다. 펜슬 끝이 뾰족해 일반 스타일러스보다 필기감도 좋아 보인다.

팀 쿡 체제로 들어선 애플은 그간 iOS의 변화라든지, 디자인이라든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성,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CEO 입장에서는 전임자의 그림자가 너무 짙은 걸 우려할는지도 모른다. 무언가 변화를 주어야 자신의 입지가 견고해지므로 일부러 새로운 걸 계속 나타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스타일러스를 필요로 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평가도 있다. 점점 스마트 기기가 고급화 되어가는 추세. 이번 패드 프로만 봐도 와콤 태블릿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는데, 한 기기로 이것저것을 다 쓰고 싶어하는 전문가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손은 패드에 댄 상태로 스타일러스를 쓰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라고 한다. 최대한 노트에 쓰듯이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 애플도 많이 신경을 썼을 것이다.

그렇지만 애플이 그간 환호받았던 건 우수한 기술력, 감각적인 디자인 때문만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들은 다른 이들이 하지 못했던 걸 해왔고, 한발 아니면 두발 세상을 앞서 트렌드를 주도해 왔던 것이다. 리디자인, 리포메이션, 레볼루션. 이는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력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는데, 그렇기에 CEO이자 리더였던 잡스의 존재감은 다른 어떤 기업들보다 컸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봐, 해봤어?”라고 했던 정주영 느낌이랄까. 팀 쿡의 애플은 아직 그 철학이 미미해보인다.

애플은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텔레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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