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지금은 뭔가 트렌드 지난 단어 같지만 15년에는 아니었다. 15년 1월, 모 언론사 기자 채용 중 실무전형 때 썼던 기사를 가져왔다. 당시 실무전형의 키워드(취재 주제)는 ‘2015년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이었다. 주제를 받아들었을 때의 분위기가 떠오른다. 약간의 긴장감, 경쟁의식 그리고 귀찮음…

다수의 시험자들은 주로 ‘사회’ 카테고리의 키워드를 골랐는데 난 살짝 비틀고 싶었다. 아니 비튼다기보다는 발상을 좀 전환하고 싶었다. 기자라고 해서 다 사회 문제를 꼬집어야 하나? 좀더 색다른 주제는 없을까?

당시 핀테크가 새로운 기술 트렌드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을 때였다. 그래, 요걸로 한번 기획을 해보자.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명동을 돌아다녔고, 아래 기사를 완성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국내 핀테크의 선두주자 토스는 전직원에게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과 입금 50% 인상을 약속했다. 15년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지 않은 건 동일한 것 같다. 토스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 서비스를 론칭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건 금융 관련 법을 바꾸는 것이었다고. 기술은 나와있지만 시대 사고를 반영하는 법이 안 바뀌니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죽어라 뚫을 것이다. 그게 누굴까?

기사 초반에 나오는 편의점 알바 영상은 기사에 맞는 장면을 찍기 위해 두어 군데 편의점에 가서 시도한 것이었다. 다행히 알바가 앱카드 하는 방법을 몰라 내가 원하는 그림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몇년 뒤 유튜브에 들어가보니, “뭘 이런 걸 찍어서 올리냐”고 욕하는 댓글 투성이다.ㅠㅠ 당시 알바생에게 심심한 사과를…


2015 한국의 핀테크 현주소··· 편의점에서 캔음료 하나 사기도 어려워

“네? 스마트폰으로요? ··· 잠시만요.”

편의점에서 커피 음료를 사려고 스마트폰을 내밀자 점원은 당황스러워했다. 바코드 기계로 핸드폰을 한참 찍어보고 포스기(계산대) 버튼을 여러 번 눌러보지만 좀처럼 계산이 되지 않았다(아래 영상). 약 1분 여를 그렇게 씨름한 후 자기보다 높은 매니저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매니저는 스마트폰을 건네받고나서 몇번 포스기를 누르더니 결제를 진행했다.

편의점에서 스마트폰을 내민 것은 그 안에 설치된 ‘앱카드’ 어플로 물건을 계산하기 위해서다. 앱카드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어플을 설치해 결제할 수 있도록 돕는 모바일 결제 프로그램이다. 2013년 9월 KB국민은행에서 내놓은 앱카드 어플은 구글플레이(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 횟수를 자랑한다. 이외에도 신한앱카드와 현대앱카드가 100만 건 이상, 롯데앱카드가 5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모바일 앱카드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핀테크(FinTech)의 한 분야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기술을 사용해 결제나 송금 등을 편리하게 하도록 돕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다.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이 핀테크 영역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핀테크 시장은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유동인구가 150만명에 달하는 서울 명동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상점을 찾아봤다. 그러나 대부분의 카페와 의류점, 화장품 가게에서 모바일로는 물건을 살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코드로 스마트폰 화면을 찍었지만 카드의 유효년월을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 자체가 없는 곳도 있었다. 모바일 결제가 되는지 여부를 모르는 가게도 수두룩했다. 그나마 결제가 가능한 몇 곳도 점원이 결제 방법을 몰라 허둥대기 일쑤였다.

서울 명동에서 모바일 결제가 불가능한 상점을 지도상에 별표로 표시했다.

이날(6일) 확인된 것만 해도 35곳이었다.

현재 오프라인에서 KB국민 앱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하나로마트 3곳 뿐이다. 롯데닷컴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온라인 결제만 가능하다. 두번째로 큰 신한앱카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편의점 2곳과 대형마트 2곳에서만 앱카드를 쓸 수 있다. 롯데앱카드는 그나마 많아 오프라인 13곳에서 스마트폰 결제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기업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미 전역 약 22만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2월 8일 중국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가 공개한 ‘2014 알리페이 지불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내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2%에서 올해 54%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한국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의 지하상가는 그야말로 알리페이의 ‘전용 광고판’이 됐다. 지하도 출입계단 벽에는 “중국 관광객 여러분 이제부터 택스리펀드는 알리페이로”라는 문구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알리페이 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실제 명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에서는 알리페이 오프라인 결제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쇼핑 중이던 중국 관광객 즈저카이(25)씨는 “모바일 알리페이를 현재 쓰고 있다”며 “여기(한국)에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명동 지하상가 출입계단 벽이 알리페이 광고문으로 가득 찼다(위). 아래는 인터뷰에 응한 중국인 즈저카이(25)씨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 어플을 보여주는 사진.

국내 IT 기업 중에서도 최근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각각 ‘카카오페이’와 ‘라인페이’를 선보이며 핀테크 공세에 적극 나섰으나, 아직은 뚜렷한 실적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올초 금융당국은 ‘핀테크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며, 그간의 핀테크 업체 성장을 가로막은 법·제도를 반성하는 분위기다. 강임호 한양대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국내 모바일 결제 등 핀테크 시장을 키우려면) 먼저 ‘소비자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정책이 잘 갖춰지더라도 소비자들이 결제를 위해 스마트폰을 쉽게 꺼내들지 않는다면 모두 헛수고라는 것이다. 누가 먼저 가맹점 수를 늘리고 결제과정을 간소화하느냐 따라 2015년 핀테크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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