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면 조선일보가 무언가 대단한 걸 갖고 있고 워싱턴포스트는 대단한 언론사임에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그냥 어그로입니다(…) 사실 조선일보만 갖고 있는 게 아니죠.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들이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입니다.

바로 ‘포털’입니다.

한국에서 포털은 정말 대단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압도적으로 세고 카카오(다음)가 뒤를 쫓고 있으며, 줌이나 네이트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 포털이라고 하면 거의 네이버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네이버의 영향력이 강력해진 탓이겠죠.

지난 글에서 WP의 CMS인 아크를 간단히 소개하고, 조선일보가 이 시스템을 사왔다고 썼는데요. 사실 아크는 포털을 염두에 두고 만든 CMS가 아닙니다. 자체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죠. 다시 말해 WP의 홈페이지를 어떻게 하면 완성도 있게 꾸밀 것인가, WP의 웹 서비스를 매끄럽게 구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외부와도 API 형식으로 연결돼있는 지점들은 있습니다. 구글 검색에 최적화할 수 있는 SEO 영역이라든지, 비디오 센터에 올린 영상을 바로 유튜브에 업로드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점은 자사의 웹사이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이 아크를 도입했을 것입니다. 아크 덕분에 효율성이 올랐다든지 구독 서비스 등 수익화를 한 사례들이 있죠. 아크는 명실상부 전세계에서 가장 큰 CMS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엔 네이버라는 큰 변수가 있었습니다. 아크의 기술력과 완성도가 좋아도 네이버엔 최적화돼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돌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9월 1일 개편한 조선일보 홈페이지

‘네이버 안에서만 놀아라’

하나는, 네이버뉴스의 ‘가두리 정책’입니다. 네이버뉴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기사를 보다가 외부로 빠져나갈 길이 별로 없다는 걸 아는 분들은 많이 않을 겁니다. 관련 뉴스도 네이버에서, 실시간 랭킹도 네이버에서, 동영상도 네이버TV 플레이어로 보게 됩니다. 이건 네이버의 정책이죠.

특히 모바일에선 뉴스를 검색하고 링크를 눌렀을 때 네이버에서만 돌아다니게 됩니다. 언론사 사이트로 아웃링크 되지 않죠. 네이버가 정한 정책입니다. 모바일 트래픽은 다 갖고 가겠다는 얘기죠.

네이버 모바일에서 뉴스 검색을 했을 때, 검색 결과에 뜨는 뉴스를 누르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기사에 하이퍼링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주장으로는 광고성 링크 등으로 잘못 빠져나가는 걸 막으려고 한다지만, 링크가 막혀있기 때문에 기사의 원소스 링크가 달려있어도 독자들은 이를 확인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예 링크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게 되죠.

또한 네이버엔 유튜브 영상을 붙이지 못합니다. 붙이려면 네이버TV 영상을 갖다 붙여야 하죠. 독자들이야 유튜브든 네이버TV든 플레이하면 그만이지만, 언론사 입장에선 영상을 두 곳에다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의 포스팅도 임베드하지 못해요. 페북의 영상을 따다 붙이면 공백으로 뜨고, 트윗을 넣으면 맥락을 알 수 없는 깨진 텍스트가 나타납니다. 독자들은 소셜미디어의 좋아요나 댓글 등의 인터랙션을 네이버뉴스 기사에서 활용할 수가 없어요. 그냥 캡처된 이미지만 줄창 보게 되죠.

위와 같은 기능들은 아크의 기사 입력기인 ‘컴포저’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깔끔하게 지원해주는데, 왜 유독 기사면에만 허용을 안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심하게는 “이것저것 붙이는 거 관리하기 귀찮으니 걍 심플하게 통일하자”라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아무튼 아크는 이 지점에서 삐걱거립니다.

뭔가 안 맞는 네이버

다른 하나는, 영상과 사진의 전송이 원활하지 않다는 겁니다. 소셜미디어 임베딩이야 그렇다 쳐도, 네이버TV 플레이어만 써야되는 건 그렇다 쳐도, 사진은 잘 보내져야 합니다. 하지만 사진도 어떤 경우엔 포털로 전송이 잘 되고, 어떤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크의 사진 설정엔 다양한 옵션들이 있는데, 이를 회사의 기술팀에서 세밀하게 검토를 하는 중입니다. 포털 전송이 되지 않았을 때 왜 그런지를요. 20~30개가 되는 옵션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네이버에 혹 걸리는 항목이 없는지 봐야 합니다. 네이버라는 좁은 틈 사이로 꾸깃꾸깃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네이버 모바일 ‘언론사편집판’의 모습. 빨간 선으로 표시한 것처럼, 네이버 뉴스 안에 FTP 파일 전송을 통한 네이버TV 플레이어가 삽입돼 있는 경우 저렇게 썸네일에 플레이 마크가 붙는다.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이번 아크 도입으로, 우리의 영상을 비디오 센터의 서버(AWS)로 올리고 이를 네이버TV의 FTP로 전송해 네이버 기사면에도 뜰 수 있도록 셋팅을 했습니다. (다음도 마찬가지.) 그런데 몇몇 경우에는, 조선일보 사이트에선 잘 보이던 영상이 네이버에선 안 보이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아예 영상이 붙은 기사가 전송되지도 않습니다. 일부는 해결 방법을 찾았지만, 아직 완성된 매뉴얼은 없는 상황. 네이버에 비해 다음(카카오)에선 뉴스와 영상이 매끄럽게 보입니다. 유독 네이버에서만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가장 크게 신경을 써야하는 건 네이버죠. 독자가 많으니까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네이버TV의 임베드 소스가 아크 상에서 입력이 잘 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크가 기본적으로 소셜링크로 제공하는 영역엔 들어가지도 않고요. html코드로 직접 삽입하면 사이트의 배열이 깨지는 등 오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를 잡겠지만, 일단은 문젯거리입니다. 네이버와 아크는 여러 모로 안 맞는다는 느낌입니다. 현대차에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장착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숙제

워싱턴포스트는 이러한 우리의 고충을 이해할까요? 절대 그렇지 못할 겁니다. 그들에게는 가두리 양식장이 없으니까요.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은 아웃링크 정책을 고수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뉴스를 전하기 좋은 소셜미디어도 아웃링크를 허용합니다. 외국인 독자들이 언론사로 들어가는 길은 한두 단계 정도는 거쳐야 하지만, 적어도 좁은 길은 아닙니다.

그래서 WP는 아크를 사용해 하고 싶은 것을 다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네이버도 신경 써야 하죠. 이건 단순히 하나 신경 써야 하는 걸 두개 신경 써야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곳과 저곳이 충돌날 때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거나 둘을 모두 하향 평준화 시켜야하는 문제입니다.

앞으로 네이버를 선택하느냐, 언론사 단독으로 꿋꿋하게 살아남느냐를 지금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기엔 언론사의 (생존을 위한) 실험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네이버가 주는 이익이 달콤하기도 합니다(전재료, 광고비, 트래픽 등등).

그렇다면 공존을 하면 되지 않느냐? 그건 또 아니라고 봅니다. 네이버 밑에선 조그만 것도 제대로 시도해볼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독립해 맨땅에서 헤딩을 하더라도 부딪혀야 합니다. 아웃스탠딩이 그랬고, 뉴닉이 그랬듯이요. 저는 아크의 도입이 조선일보엔 그러한 의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 언론사가 홀로서기를 해야할 시점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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