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는 온라인 쇼핑을 종종 한다. 주로 옷을 산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어딜 쉽게 가지도 못하고 직접 매장에 가면 찝찝하기도 해서 인터넷으로 더 많이 한다.

H는 반드시 최저가를 사야하는 건 아니지만 고집하는 게 하나 있다. 네이버페이로 결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배송정보가 카드정보가 이미 네이버에 등록돼있어 각 쇼핑몰의 계정을 잊어버렸더라도 구매하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빠르다. 몇번 터치하면 구매 끝이다.

H는 6월 1일부터 네이버에도 멤버십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쇼핑할 때 더 많이 적립해준다고 해서 한달 무료가입을 했는데, 벌써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2000원 넘게 쌓였다. 꽤 괜찮은데? 라고 H는 생각했다.

네이버 쇼핑 화면. 사고 싶은 순서를 매겨보시오(…)

#2

H는 얼마전 웨이브 구독을 해지하고 티빙을 시작했다. ‘가장 보통의 가족’ ‘아는 형님’ 같이 JTBC 콘텐츠를 즐겨보는데 웨이브에선 더이상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아쉬움이 남는다. ‘나 혼자 산다’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챙겨보진 않더라도 가끔씩 봤는데 이젠 돈 내고 봐야하니까.

그런데 네이버의 시리즈온이라는 게 있는데 네이버 멤버십 가입을 해서 매달 3300원씩 캐시가 나온단다. 방송 VOD 한편당 1650원. 한달에 2개를 볼 수 있다. 비록 2개 밖에 볼 수 없지만 H는 굉장히 만족했다. 어차피 잘 안 챙겨보는 방송인데 그래도 한달에 2개는 보는 거잖아? VOD도 보고 3300원도 번 것 같아서 H는 기분이 좋아졌다.

#3

네이버 멤버십으로 다른 서비스들, 예컨대 음악 무료 듣기나 오디오클립도 이용할 수는 있지만 H는 거기까진 사용하지 않는다. 음악은 유튜브뮤직으로 충분히 듣고 있고, 오디오북 대신엔 리디북스를 구독 중이다. 웹툰은 가끔씩 보는데 쿠키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클라우드는 아예 선택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H는 충분히 네이버 멤버십에서 뽕을 뽑았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이 지난 1일 시작한 후 가상의 장면들을 적어봤다. 어느 정도는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멤버십 가격이 얼마나 될지 궁금증과 예상들이 많았는데, 내가 전에 예측했던 대로 4,900원으로 해서 나왔다. (아래글 참고)

내가 잘 맞췄다기보다, 이 멤버십은 그 가격대로밖에 나올 수 없는 상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엣지’있는 구독서비스가 많아지는 상황. 그 와중에 이것저것을 다 시도하며 최고가 된 네이버가 매길 수 있는 최선의 가격이다. 그러면서도 별도 비용 투입 없이 플러스 수익(월 구독료)을 낼 수 있게 하는 주요한 전략도 된다.

의견들은 분분하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네이버의 멤버십은 매력적이진 않다. 넷플릭스나 아니면 유료 뉴스레터인 ‘일간 이슬아’를 구독하는 것만큼의 확실한 포인트가 떨어진다. 이것저것 다 섞어놨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하고 있는 온갖 서비스들은 다 모아놓아 누더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래와 같은 글이 눈에 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뭔가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국내 최고라면서 그것밖에 못해? 역시 한국 서비스가 다 그렇지 뭐..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난 이 글쓴이가 평소 네이버를 잘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글의 비판 하나하나를 보면 실사용자가 주는 디테일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용어가 혼재돼있고 메시지가 약하다는 부분. 캐시면 어떻고 쿠키면 어떤가. 포인트면 또 어떤가. 실제 웹툰을 쓰고 네이버페이를 쓰다보면 다 거기서 거긴 걸 알게 된다. 그냥 쌓이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따져보고 100원이라도 플러스라면 멤버십을 쓰면 되는 건데, 용어가 다 달라서 헷갈릴 수 있다느니… 아니? 실제 쓰는 사람이면 절대 헷갈릴 일 없다.

또한 누구를 겨냥했는지도 모르겠다는 부분. 쇼핑 이용자가 웹툰을 이용한다? 웹툰 이용자가 쇼핑을 이용한다? 당연히 아니다. 아니, 모른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개연성은 떨어진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가? 글쓴이가 놓치고 있는 핵심은 이거다.

네이버 멤버십에서 핵심은 뭐라 해도 쇼핑이다. 쇼핑 적립금을 기본으로 그 외의 서비스들이 달라붙은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네이버의 각 사업부서들의 현황이 들여다보이고 알력이 느껴지는 건 동의한다. 하지만 웹툰이든 클라우드든 추가된 혜택들이므로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핵심은 쇼핑이다.

네이버 쇼핑 화면. 적립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 해자(moat)도 쇼핑에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필두로 쇼핑을 계속해서 키워왔는데, 쇼핑 자체로 수익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그동안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에게 뿌렸던 적립금이 얼만가. 여타 오픈마켓과 달리 네이버 쇼핑(스마트 스토어)은 판매자로부터 받은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적립금 형태로 이용자들에게 돌려준다.

간편하고+포인트도 주니 젊은 사람들 중엔 네이버페이 표시 없으면 결제를 안 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네이버는 이렇게 판을 키우고 있다. 규모의 경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최근 쿠팡이 무섭게 치고 올라 네이버는 고민이 깊을 것이다.)

위 기사를 정리하는데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내 생각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결국 멤버십 흥행 여부는 ‘쇼핑’에 달렸다. 콘텐츠 구독 자체는 매력적이지 않다. 네이버 멤버십 때문에 멜론이 위기고, 웨이브가 위협을 느낀다고? 그건 말도 안 된다.

오히려 오픈 마켓이나 유일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쿠팡이 그 대상이 될 것 같다. 특히 최근 출시된 네이버 통장과 시너지를 낼 공산이 큰데, 이는 쿠팡이 그대로 하고 있는 모델(로켓와우클럽과 쿠페이머니 포인트 혜택). 쇼핑의 판을 키워 광고로 돈을 버는 네이버가 이참에 입지를 더 다질 수 있을까.

이쪽 시장에서는 뭔가 큰 변화가 나올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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