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자리에서 더 즐겁기 위해서 먹는 음식, 치킨은 축제의 음식이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치킨이라며 시작하는 이 책은 정작 ‘치킨이 과연 축제의 음식인가?’라며 반문한다. 아버지께서 피곤한 상태로 퇴근하시며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오신 통닭이나, 맥주(또는 콜라)와 함께 친한 친구들과 뜯어먹는 치킨이나, ‘즐거워야 먹는 음식’인 건 맞다.

하지만 그 치킨이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지 여정을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주된 내용. 양계농장, 육계기업, 프랜차이즈, 치킨 학원 등 살면서 몇번 듣지 못할 용어들과 함께 결국 치킨은 자본주의의 산물이 되어가고 있으며 결국 돈과 짙게 관련된 음식이라는 자조섞인 결론이 나온다. 뭐든 돈과 엮이면 그다지 반갑지 않은 법이다.

특히 ‘헬조선 헬조선’하는 이 때에 상당수 직업의 귀결은 치킨집 사장님이라고 했던가. 비교적 소규모의 자금으로 열 수 있는 치킨집은, 비교적 소액으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치킨이라는 음식의 양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치킨집이 모두 작은 구멍가게는 아니다. 대형 치킨집, 즉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떼돈을 벌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 치킨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애꿎은 ‘치킨집 사장님’들을 들들 볶는다. 대형 육계기업에 묶여있는 양계농장들도 마찬가지다. 약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한쪽의 얘기만 듣고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서민으로서 생각해야 할 일은 같은 처지의 서민들을 이해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이 책의 저자는 조심스럽게 치킨 프랜차이즈 사장님 한 분과 양계농장 주인 한 분을 인터뷰한다. 본사와 손님들의 눈치를 같이 봐야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비록 지면을 통해 전달되지만 빈약하기 그지없다. 힘없이 퇴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가슴 깊이 밀려오는 짠함을 지우기 힘들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손에 치킨이 담겨 있으면 참 기분이 좋았지.

이게 참 묘한 모순인데, <대한민국 치킨전>에서는 각종 모순들을 파악하느라 온 에너지를 다 쓴 것 같은 모양새로 여러가지를 파헤쳐낸다. 개중 하나는 이렇다. KFC에 한방을 크게 먹인 것은 IMF 금융위기였다. 맥도날드와 함께 글로벌 자본주의의 상징인 KFC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총아인 IMF로 휘청거렸다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어찌보면 우리네 삶은 모순으로 꽉 찼는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 진실을 알아가고, 질서를 맞춰가는 재미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중에 치킨집이나 차릴까 하며 치킨을 뜯고 있거나, 닭 죽이는 게 비인간적이라면서 복날에는 꼭 삼계탕을 한 그릇 해야하는 게 너와 나의 솔직한 모습이지만, 그 속에서 우린 교훈을 얻고 소소한 행복감을 만끽한다. 이래서 ‘치느님’의 은혜는 대단한 것인가보다.

음식은 집단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없는 기억도 만들어낸다.
p26

음식에 대해 글을 좀 푼다고 할 때 꼭 등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고 말한 미식철학가 브리야사바렝과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고 말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다. 굳이 대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음식을 먹는 것은 문호를 먹고 소비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치킨이야말로 ‘생각하기에 좋은 음식’이지 않는가. 밥이야 괴로우나 즐거우나 먹는다지만 치킨은 ‘즐거워야’ 먹는 음식이니 말이다. 즐거운 자리에서 더 즐겁기 위해서 먹는 음식, 치킨은 축제의 음식이다.
p45

프랜차이즈 치킨점 창업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100만원짜리 과외와 10만원짜리 동네학원 수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대학 레벨에 차이가 나듯, 치킨점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다면 메이저 치킨점을 차리지만, 그 사다리의 끝에는 노점 형태의 ‘닭강정’과 ‘장작구이통닭’이 있다.
p87

치킨의 승부처는 튀김 기술이 아니라 ‘소스와 염지’다. 소비자들은 닭살이 아니라 짭짤하고 부드러운 치킨 맛과 양념소스 맛에 반응한다.
p93

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는 100조원이 넘고,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해도 3,0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p100

분명한 것은 본사가 직영을 하지 않는 이상,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는 본사와 지사 모두 ‘갑’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족’이라 부르든 ‘파트너’라 부르든, 가맹점주에게 좋은 갑이란 없다. 오로지 나쁜 갑, 이상한 갑만 있을 뿐이다.
p106

1960년대 서울영양센터에서 한국의 치킨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삶는 닭에서 굽거나 튀기는 닭으로 변신했다는 뜻이다. 치킨의 계보를 따질 때 보통 1세대 브랜드를 ‘처갓집’ ‘멕시카나’ ‘페리카나’로 분류하곤 한다.
p106

(인터뷰)
-이번 멕시카나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고생하는 거 다 알지. 근데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게, 손님들은 속속들이 다 이런 사정을 몰라. 그런데 언론에서 떠들고 자꾸 멕시카나가 문제다, 그러면 손님들이 문제있는 치킨인가 보다 할 수 있거든. 그럼 안 그래도 지금 소비자들이 떨어져나가서 걱정인데, 괜히 긁어부스럼 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래서 본사하고 협의가 잘 되어서 공급가격은 내려가고, 잘 좀 협의가 됐으면 싶어요.
p115

기술도 빽도 없을 때 우리가 마지막으로 두드리는 문이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이다.
p117

치킨점에 공급되는 닭은 조각을 내고 염지를 해서 진공포장(실링포장)을 한 상태다. 보통 10호(1킬로그램)의 절단 염지 닭이 4,000원에서 5,000원 사이다. 2014년 상반기, 프랜차이즈점이 아닌 개인점의 경우 하림 10호 염지닭이 4,500원 정도에 들어온다.
p120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치킨점 점주들과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례적으로 후라이드치킨의 원가를 밝히며 롯데마트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리고 기업형 수직 계열화 문제로 입장 차이를 보여왔던 한국양계협회와 한국제육협회도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몇몇 정치인도 이 대열에 합류했고,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마저 대형마트가 소상공인들에게 적합한 업종인 ‘치킨’을 건드리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힘을 실어줬다. 이는 치킨업계에서 보여줬던 딱 한 번의 ‘통큰 단결’이기도 했다.
p123

치킨집의 경쟁자는 치킨집만이 아니다. 바로 바꿔 탈 수 있는 치킨의 대체품목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킨과 햄버거, 피자는 대체성이 강한 품목들이다. 요즘 치킨집 사장님들을 부글거리게 하는 것은 ‘미피 50%’다. 이는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가 50퍼센트 할인 행사를 하는 날을 말한다. 금요일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필 그날 미스터피자가 할인 행사를 해버리면 치킨집은 불금이 아니라 ‘물금’을 보내야 한다.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의 할인 행사가 있거나 해피밀 세트에 끼워주는 장난감이 새로 출시되면 치킨집과 피자집은 또 영향을 받는다.
p130

40대 이상의 남성을 만나면 딱히 호명할 방법이 없어 서로를 ‘사장님’이라 부르고, 그 아내를 ‘사모님’이라 부를 뿐이다. 대형마트나 대형 조리업체, 청소용역회사에 고용된 40~50대 여성 노동자를 ‘여사님’이라 부른다고 그들이 진짜 여사님이 아니듯.
p131

청년유니온은 2015년도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심의에 맞춰 2014년 청년 임금인상 요구안을 조사한 결과, 희망 최저임금이 시급 7,489원이라고 밝혔다. 만 15~39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2014년 청년 임금인상 요구안 조사’를 진행한 결과라고 한다.
치킨집 배달 알바비는 6,000원 수준이고 이것마저도 점주들은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니, 사장 노릇도 알바 노릇도 참으로 힘든 세상이다.
p131

한국에서 배달음식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16만명으로 추산되고, 그 매출 규모는 연간 10조원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자 먹기’ 애매한 사람들이 배달음식업의 주요 고객이고, 그래서 배달 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
p138

음식문화사의 관점에서 보면 림스치킨은 한국형 외식 프랜차이즈의 초창기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구워 먹는 치킨에서 튀겨 먹는 치킨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통닭 형태뿐만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통일된 간판과 매장 인테리어, 그리고 포장 용기라는 것을 간파했다는 점에서도 한국형 치킨 프랜차이즈의 준거를 제공했다.
p141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닭과 부자재를 팔아서 먹고 산다. 그러려면 가맹점 점포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빅모델 위주의 치킨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맹점 모집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면서 기존의 가맹점주들을 안심시키기에도 좋은 전략이다.
p154

아르바이트 에피소드는 주인공의 처지를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상대 남자 주인공들과 만남의 계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로 매장을 등장시킨다. 네네치킨 시켜먹다가 남자 주인공과 만나고, 망고식스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식이다.
p156

2013년에 방영한 KBS 주말 드라마 <힘내라 이순신>의 여주인공 아이유는 카페베네가 만든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점원 노릇을 했고, 엄마 고두심은 아이유가 메인 모델로 있는 멕시카나에서 치킨을 튀기고 포장하는 일을 했다. 분명 블랙스미스 측이 더 많은 제작비를 댔을 것이다.
p157

맥주는 주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공식행사에 후원으로 나가는 맥주는 ‘면세’이기 때문에 주류회사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것이다. 기업은 그렇게 순진한 조직이 아니다.
p188

치맥과 치콜은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물론 소위 ‘음식궁합’이나 ‘안주궁합’으로 따지자면 최악의 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차가운 맥주와 튀김인 치킨을 함께 먹으면 소화도 잘 안 될뿐더러 ‘통풍’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는 소주와 삼겹살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맥주 하면 치킨이고 치킨 하면 맥주다.
p188

근대의 음식 충격은 조미료와 고기, 기름으로 다가왔고, 이전의 미각들은 없이 살 때의 것으로 취급되었다. 새로운 맛에 열광하고 욕망하다 결국은 인이 박여버린 것이 지금의 음식이다. 그런데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참을 수 없는 감각이 남았다. 그것이 바로 ‘느끼함’이다… 이 느끼함을 순간 잠재울 수 있는 것이 바로 ‘탄산’이다.
p190

영양 과잉의 시대인 지금에야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치킨을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맛보다는 영양을 앞세우던 가난한 시절, ‘영양센터’라는 이름 자체가 시대의 로망을 보여준다. 명동영양센터는 지금도 한국 치킨의 조상님 대접을 받으면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p201

KFC에 한방을 크게 먹인 것은 IMF 금융위기였다. 맥도날드와 함께 글로벌 자본주의의 상징인 KFC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총아인 IMF로 휘청거렸다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p210

그러나 KFC나 파파이스 같은 글로벌 치킨 브랜드가 국내에서 맥을 못 추게 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IMF의 필연적인 귀결, 즉 ‘치킨집 창업 열풍’이었다… 누군가에겐 시련이었지만 BBQ에게만큼은 IMF가 큰 기회였다. 굴지의 대기업들도 쓰러져가던 때, BBQ는 오히려 잘나가기 시작했따. 직장에서 쫓겨나는 가장들이 알량한 퇴직금을 들고 찾아갈 곳이 BBQ였기 때문이다.
p211

외식 메뉴의 기본 특징은 고기와 기름, 그리고 밀가루에 바탕을 둔다는 것이다.
p215

옥수수는 전분을 낳고, 전분은 물엿을 낳고, 물렷은 양념치킨을 탄생시켰다. 닭도 옥수수를 먹여 키운 것인 치킨은 곧 옥수수다.
p222

농가의 부수입을 올리는 기초 과정으로 가정 양계를 권해왔고, 심지어 1960년대에는 군대에서 양계 기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군인들 대부분이 농민이고 제대하면 농촌으로 돌아가리라 여겼기 때문에 ‘농천 근대화’와 ‘부농 만들기’ 국가 프로젝트에서 양계는 필수항목이었다.
p256

한국에서 한 해에 도축되는 닭은 약 8억 마리에 이르고, 그 중 절반 이상은 치킨으로 튀겨 먹고 있다… 양계장에서 직접 병아리를 ‘닭’으로 키우는 것은 양계 농가의 일이다. 그런데 이 양계 농가의 90퍼센트 이상이 육계 기업에 소속된 ‘계약 농가’이고, 그 육계기업의 50퍼센트가 하림에 소속돼 있다. 그러니 하림이 닭을 만들어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p263

어떤 육계회사의 계약농가라고 하면 당연이 계사는 본사에서 지원하는 줄 알지만, 이는 전적으로 생산자의 몫이다. 최근에는 무창게사 쪽으로 시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무창계사는 말 그대로 창문이 없는 폐쇄형 계사로, 계사 내부의 온도 조절과 환기, 점등 등 계절과 날씨, 일조 시간과 상관없이 여러 가지 환경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밀도 사육에 유리하다. 개방계사로도 부르는 유창계사는 점등 조절은 자연일조 시간에 따라, 환기는 창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무창계사에 비해 인위적인 환경 조절이 어려워 고밀도 사육에는 불리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유창계사나 비닐하우스 형태의 계사를 가진 양계 농가는 빠르게 퇴출되거나 빚을 내어 무창계사를 짓고 있는 중이다.
p276

하림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을 집중시켜 자신들의 자본 회수는 물론, 입추와 출하 사이클을 조절해 계약농가가 다른 업체보다 1회전 정도 더 돌리게 하는 것으로(닭을 한 차례 더 키워내도록) 자사의 이윤 창출은 물론 농가 관리를 편하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15일마다 결제를 하는 시스템은 농가에서 끊기 힘든 매력이다. 수익률 면에서는 다른 업체가 낫다 해도 농가 입장에서 빠른 결제는 곧 현금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림이 갖는 가장 큰 힘이고 바로 ‘돈의 힘’이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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